좀체 잡히지 않는 화마… 아홉산 산불 부산 곳곳 ‘타는 냄새’
22년 만에 최악의 산불로 기록될 경북·강원 동해안 산불이 나흘째를 맞으며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소방당국은 심한 연기와 안개로 진화에 난항을 겪고 있는데, 건조한 날씨가 당분간 이어져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부산 금정구 아홉산에서도 산불이 나흘째 이어져 도심에 타는 냄새가 진동한다는 신고가 빗발치기도 했다.
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동해안 산불은 경북 울진·강원 삼척, 강원 강릉·동해, 강원 영월군, 대구 달성군으로 확산돼 나흘째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다. 이날 오전 강릉과 울진 산불 현장 연기와 안개로 진화 헬기 접근이 어려웠고, 오후에는 바람이 남서풍으로 바뀌면서 울진·삼척 산불 연기가 강릉 비행장까지 확산했다. 동해 산불 현장에서 30km 떨어져 있는 강릉 도심까지 연기와 타는 냄새가 도심으로 퍼지자 시민들은 산불이 번진 것 아니냐며 걱정하기도 했다.
울진·삼척 등 나흘째 진화 애로
주택 463곳 소실 등 피해 눈덩이
아홉산 산불도 사흘째 지속
소방당국 냄새 신고 120여 건
강원 지역 산불은 낮 12시 기준 강릉·동해 90%, 삼척 80%까지 진화됐다가, 연기와 안개로 진화작업이 멈췄다. 영월도 산세가 험한 탓에 50%에서 제자리걸음 중이다. 기상청은 봄비가 이르면 오는 13일에야 내릴 것으로 관측했다.
이번 산불로 7일 오후 5시 기준 울진 1만 6913ha, 삼척 772ha 등 1만 7685ha가 피해를 봤다. 또 주택 등 463곳이 소실된 것으로 잠정집계됐으며, 이재민도 한때 8000여 명까지 발생했다가 상당수는 복귀하고 현재 700여 명이 체육관 등에 대피 중이다.
부산에서도 사흘째 이어지는 금정구 아홉산 산불 여파로 주민들의 피해 신고가 잇따랐다. 7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부터 오후 2시까지 소방당국 상황실에 부산지역 곳곳에 타는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120여 건 접수됐다. 신고가 접수된 지역은 남구와 해운대구, 부산진구, 금정구, 기장군, 북구 등이다.
부산소방재난본부는 타는 냄새의 원인을 금정구 아홉산 화재로 추정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아홉산 화재 잔불이 정리되지 않아 연기가 북풍을 타고 도시 쪽으로 내려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날 오전 출근하던 시민들은 타는 냄새 탓에 인근 화재를 우려하기도 했다. 박 모(69·동구 초량동) 씨는 “오전 7시 즈음 출근하기 위해 집 밖으로 나오니 타는 냄새가 굉장히 심하게 나 머리가 아팠다”며 “집 근처에 불이 났는지 확인하기 위해 옥상으로 올라갔는데 연기 때문에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7일 부산 지역에 아홉산 이외 큰 화재는 없었고 현재까지 화재 연기나 타는 냄새로 인해 발생한 인명피해는 없다”며 “새벽부터 계속해서 타는 냄새에 대한 민원이 들어오고 있어 정확한 원인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일 오후 2시께 금정구 아홉산에서 산불이 발생해 같은 날 오후 9시께 진화됐다. 그러나 강풍과 건조한 날씨로 남아있던 잔불이 확산해 4일 재발화됐으며, 강풍으로 인해 7일 오후까지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산불로 지금까지 임야 15ha 상당이 소실된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시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해 7일 오전 8시부터 시청 직원 700명을 아홉산 잔불 진화작업에 투입했다.
안준영·나웅기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