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옛 부산외대 개발 가이드라인’ 공공성 보완하라”
부산시가 발표한 남구 우암동 옛 부산외대 부지 개발 가이드라인(부산일보 3월 3일 자 2면 보도)에 공공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온다. 게임 거점지역 육성 계획도 구체적인 기업 유치계획이 없는 ‘선언’에 불과하고, 철탑마을 원주민 주거 대책도 빠졌다는 이유에서다.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는 7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개발 가이드라인은 2019년 부산시와 LH가 협약한 공영개발보다 퇴보했고, 결국 공공개발을 포기한 민간사업자의 이익만 보장하는 것이다”며 “가이드라인을 폐기하고 공공개발 계획안을 다시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산시민단체연대 ‘폐기’ 촉구
“게임산업 거점 조성은 말뿐
공원·녹지 등 공공용지 줄여”
철탑마을 이전 방안도 빠져
시 “업무용지 100% 기업 유치”
이들은 부산시가 부산외대 부지에 게임산업 거점지역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말뿐인 선언’이라고 봤다. 연대 측은 “부산에 게임산업 유치는 필요하다”면서도 “기업 유치 계획도 없고 해당 부지에 게임산업 거점을 만들 필요성에 대한 검토도 없는 발표뿐이다”고 밝혔다.
또 연대는 “부산시는 주거용지 비중이 38%로 공공성이 높다고 주장하지만 업무·복합용지를 주거시설로 개발할 수 있어 시의 주장을 신뢰하기 어렵다”며 “공원, 녹지 등 공공용지 면적을 줄여 민간사업자의 개발 범위를 확대해 주었고 주거시설 중심으로 개발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 2일 부산외대 부지에 주거용지 비율은 줄이고, 업무용지 비율을 늘려 ‘게임 콘텐츠 비즈니스 파크’ 시설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부산시는 △주거용지 38% △업무·복합용지 39.1% △공원녹지·도로 22.9% 수준의 개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LH 수준의 공공성을 담보했다”고 강조했다.
부산시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보면 주거용지 비율은 당초 부지를 매입한 민간사업자 우암개발PFV(주)의 제시안(46.4%)에 비해 8%P(포인트) 하향됐지만 공원녹지·도로 비율이 축소(35.4%→22.9%)되고 업무·복합용지 비율(18.2%→39.1%)이 배 이상 늘었다.
옛 부산외대 부지 일부에 거주하는 철탑마을 원주민 이전 정착 문제도 가이드라인에서 제외돼 부산시가 주장하는 공공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앞서 2019년 LH 개발 계획안에서는 철탑마을 원주민의 재정착을 위해 순환형 임대주택을 건설하도록 정했다.
철탑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대연우암공동체’ 손이헌 집행위원장은 “땅 주인이 바뀌고 철탑마을 주민들 이야기는 늘 빠져 있어 아쉽다“며 “부산시 가이드라인에 담기지 않았는데 과연 민간에서 얼마나 우리의 주거권을 보장해 줄지 의문이 들고 희망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철탑마을은 수십 년 전 국유지였던 샘물터산 자락에 자리잡은 마을로, 일부 부지는 1980년대 부산외대가 매입한 부지에 포함돼있다. 2000년 부산외대 명도소송을 통해 계고 없는 철거가 가능하다는 판결이 나오자 주민들이 당번을 서며 지키기도 했다. 현재 53세대가 거주한다.
부산시는 업무·복합용지에는 절대 주거시설이 들어서지 않도록 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부산시 김광회 도시균형개발실장은 “주거용지가 아닌 부지에는 100% 기업을 유치하겠다”며 “게임 관련 기업이나 시설 유치에 대해 여러 기업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확정된 바가 없어 공개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또 “철탑마을 거주민 이전 문제는 과거 LH가 사업자일 때와 달리 현재 사업 주체가 민간 사업자로 바뀐 상황에서 지자체가 향후 방향을 제시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글·사진=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