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귀 막은 선관위… 사전투표 혼란은 ‘예견된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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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관리 실무를 담당하는 일선 공무원들이 지난달부터 코로나19 확진자 투표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요구(부산일보 2월 28일 자 1면 보도)하는 등 현장 곳곳에서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랐지만, 선거관리위원회는 이 같은 문제 제기를 모두 묵살했다. 전국의 투표소를 아수라장으로 만든 이번 사전투표 사태는 이미 예견된 참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전투표일에 투표소당 20명 안팎의 확진자가 올 것이라는 선관위 예측과는 달리 지난 5일 각 투표소는 한꺼번에 몰려든 수백 명의 확진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선거사무원이 유권자의 기표용지를 받아 대신 투표함에 넣으라는 선관위 지침도 황당할 따름이라는 비판이 이미 있었다. 그런데도 실제 투표 현장에선 전달 도구로 종이상자나 비닐봉지 따위가 마련됐다.

투표소당 확진자 달랑 20명 예측
한꺼번에 수백 명 몰려 ‘북새통’
수차례 ‘통제 불가’ 경고에도 팔짱
현장 공무원 “책임자 엄벌” 청원
시민단체도 선관위원장 등 고발

사전투표 날 선거사무원으로 일했다는 한 지자체 공무원은 7일 “사무원이 기표용지를 받아 투표함에 전달하게끔 지시한 선관위 책임자를 엄벌해 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이 공무원은 “선거사무원이 기표용지를 전달하라는 선관위 지침을 확인한 순간부터 ‘이게 말이 되느냐’는 탄식이 선거에 동원된 사무원들 사이에서 터져 나왔다”고 지적했다. 사전투표 현장에 투입됐던 부산 남구청 한 공무원은 "투표일까지 일선에는 선관위 매뉴얼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어떤 식으로 선거가 진행되는지 현장 인력들도 모르게 깜깜이로 투표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전국공무원노조 부산본부 추승진 정책부장은 “공무원에게 떠맡긴 사전투표 운영방식은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선관위의 탁상공론”이라며 “사전에 인력 부족과 현장 혼선 등을 여러 차례 경고했고, 현장 혼란이 불가피한데도 선관위 대책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정치권도 일찌감치 경고 메시지를 전했으나, 선관위는 오히려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국민의힘 이명수 국회의원은 지난달 9일 국회 행정안전위 현안 질의에서 “확진자의 투표부터 개표까지 마스터플랜식의 종합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선관위는 최악으로 치닫는 코로나 상황까지 준비를 해 왔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는 투표소당 확진자가 20명 안팎으로 찾아오고, 이들 전원이 1시간 안에 투표를 마칠 수 있을 것이라는 허무맹랑하고 안일한 엉터리 예측일 뿐이었다.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는 7일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김세환 사무총장 등을 직권남용, 직무유기,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법세련은 “후진국에서도 볼 수 없는 경악스러운 선거 부실이자 헌법 유린”이라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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