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도, 공약도 ‘별무소용’인 기이한 대선”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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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정치부가 본 3·9 대선 레이스

치열했던 20대 대통령 선거 레이스가 9일 막을 내린다. 부산 중구 광복로 입구에 대선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치열했던 20대 대통령 선거 레이스가 9일 막을 내린다. 부산 중구 광복로 입구에 대선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3·9대선이 이제 하루 뒤면 길고도 치열했던 레이스의 막을 내린다. 극단의 진영 대결 구도 속에 진보와 보수가 총력전을 펼친 이번 선거는 역대 최고의 사전 투표율을 기록할 정도로 국민적 관심 또한 뜨겁다. 이에 대선 현장을 뛰고 있는 <부산일보> 정치부 기자들이 7일 오픈 단톡방에 모여 기사로 전달하지 못했던 취재 뒷이야기와 소회, 그리고 후보 개인에 대한 평가 등에 대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눴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 그대로 정리했다. 참여한 6명의 기자 가운데 4명은 이번 대선 변곡점으로 야권 후보 단일화를 꼽았으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각 개인 캐릭터에 대해서는 ‘지장(智將)’, ‘연예인’ (이재명), ‘덕장(德將)’, ‘보스 기질’(윤석열) 등의 평가가 나왔다. 다음은 단톡방 대화 내용.


야권 후보 단일화 ‘변곡점’ 꼽아

2030 부상 긍정적… 대선 키 잡아

표 확장성 없고, 공약 신뢰성 바닥

양강, 네거티브 선거전 효과 미약

국민연금 개혁 후보 공감 잘된 일


-이제 대선이 이틀 남았는데, 그동안 레이스 어땠어?

△안꼰대=“선거 레이스 이후 일관되게 50% 이상을 유지한 정권교체 여론이 ‘상수’로서 이번 선거를 이끌어왔다고 봐. 그게 아니었다면 비주류 ‘0선’인 이재명, 윤석열 후보 모두 당 경선 문턱조차 못 넘지 않았을까. 그런데 막상 뽑아 놓고 보니 도덕성과 능력 등 ‘부적격’ 요소에서 ‘어금버금’한 두 후보 때문에 막판까지 지지율도 ‘어금버금’…, 국민들이야말로 참 맘 고생이 많았지”

△반쪽=“반으로 쪼개진 양 진영이 끝까지 그 반을 채워나가려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 양 후보 모두 표의 확장성이 아예 없었다는 거지. 이 후보가 승리한다면 여권의 ‘갈라치기’로 정권 연장에 성공하는 셈이고, 패한다면 그 갈라치기가 자충수가 된 거겠지.”

△피카츄=“녹취록으로 시작해서 녹취록 끝난 선거라고 여겨져. ‘김건희 녹취록’, ‘경기도청 직원 A씨 녹취록’, ‘김만배 녹취록’ 등등…. 선거 내내 각종 녹취록을 아전인수로 끌어다쓰는 여야 네거티브 선거운동만 기억에 남았다고 봐.”

△집갖고싶다=“그래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 2030의 부상을 빼놓을 수 없지. 청년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주목을 많이 받았다는 게 같은 세대로서 뿌듯했어.

△니가가라청와대=“나도 그랬어. 이번 ‘대선호’의 키는 2030이 잡았다는 게 확실히 느껴져.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 거 같은데 실제 보면 언제든지 마음을 바꿀 태세를 하고 있거든. 만나는 친구들마다 ‘니 정치부 기자 아이가, 누구 뽑아야 대노, 다 똑같드만’ 하더라고.”


-이번 대선의 향배를 결정지은 변곡점을 꼽자면?

△너나잘하세요=“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가 아닐까. 사실 안 후보는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의 비호감도는 낮추는 효과가 있는 데다 디지털 마인드도 뛰어나잖아. 그래서 이-윤 두 사람이 안 후보에게 그렇게 집착했던 거지.”

△안꼰대=“나도 윤-안 단일화. 지난달 27일에 안 후보가 결렬 통보를 했을 땐 진짜 물 건너 갔다고 봤는데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말들이 새삼 떠올랐어. 뭐, 상대는 ‘야합의 예술’로 보지만.

△반쪽=“윤석열-이준석 극적 화해도 기억나는 장면이야. 그 이후 ‘여성가족부 폐지’ 등 단문 메시지로 역전에 성공해 막판까지 박빙 우세 흐름을 이어왔으니. 상대적으로 여당 쪽의 기억할 만한 이슈가 없었다는 게 좀 기이하네.”

△피카츄=“나는 대선후보들의 ‘삼프로 TV’ 인터뷰가 여론의 흐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아. 유튜브 채널만 할 수 있는 심도 있는 인터뷰의 장점을 극대화 하면서 두 후보의 정책 역량을 제대로 평가했다고 봐.”


-현장에서 겪어본 후보들 스타일은 어땠어?

△니가가라청와대=“이재명은 대중의 주목을 끄는 내공이 탁월하더라고. 약간 ‘연예인’ 스타일이랄까. 해운대 저녁 유세 날 엄청 추웠는데 장갑 안 끼고 코트 없이 정장 상의만 입고 거의 40~50분 불을 뿜더라고.”

△너나잘하세요=“이재명은 지장(智將), 윤석열은 덕장(德將) 스타일이었어. 이재명은 현안 파악 능력이 뛰어난 반면 윤석열은 카리스마가 있지. 두 사람 모두 법조인 답게 탁월한 대중연설 능력을 갖췄지.”

△안꼰대=“윤석열이라는 사람에 대한 주변의 공통적인 평가는 ‘보스 기질’, ‘인간미’ 이런 거야. 캠프 사람들 중엔 업무 때문에 윤 후보에게 엄청 깨졌다가 추후에 많은 사람들 앞에서 콕 찍어 “000 왔어?”하면서 면을 세워줘서 매료됐다는 사람이 꽤 있어. 사람 챙기는 데에는 타고난 면이 있다는 거겠지. 반대로 지도자로서는 이게 약점이 될 수 있지 싶어. 폐쇄적인 측근 정치에 함몰될 우려 말이야. ‘개 사과’로 그리 비판을 받았는데, 같은 ‘그 분’(?)이 이번에 ‘우크라 귤’도 했다는 거 아냐? 주변 관리에서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봐. ‘후쿠시마 발언’ 등 일방의 시각이나 본인의 좁은 경험을 너무 과신 하는 것도 좀 걱정되더라”

△집갖고싶다=“이 후보는 어떤 질문에도 막힘 없이 술술 답변해서 준비가 잘 됐다는 인상을 받지만, 그게 또 지나치게 달변이라 오히려 ‘갸우뚱’하는 지점이 생기더라고. ‘언론법 개정안’이 논란일 당시에 그 질문을 했는데, ‘적용 대상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답해서 그럼 법이 왜 필요하냐고 되물었더니 ‘내가 많이 당했다’고 해서 좀 뜨악했지.”


-치열했던 검증 또는 네거티브전에 대한 생각은

△안꼰대=“역대 가장 많은 의혹을 양산한 ‘양강’ 후보였지만, 오히려 네거티브 선거전의 효과는 가장 미약하지 않았나? 대장동, 주가조작은 아직 의혹 단계라고 쳐도 ‘법카 결제’, ‘허위 이력’도 과거 같으면 엄청난 결격 사유지. 청문회에서 ‘일면식도 없다’고 했다가 행사장에서 같이 찍은 사진 한 장 때문에 국무총리 후보가 날아간 과거에 비하면 공인에 대한 윤리적 잣대가 너무 낮아진 거 같아. 극단화된 진영 대결의 폐해지. 나쁜 후보를 걸러내는 선거의 본질적 기능 자체가 사라진 것 같아 씁쓸해”

△너나잘하세요=“지난해 부산시장 보궐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네거티브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고 봐. 통신이 발달하고 미디어가 워낙 다양해 유권자들이 정치인들보다 정보를 더 많이, 빨리 알잖아. 유권자들이 네거티브 전략의 이면을 뻔히 알고 있다는 얘기지.”

△피카츄=“검증과 네거티브가 빠진 선거라, 글쎄 앙꼬 빠진 찐빵 아닐까. 다만, 검증과 네거티브 공세가 사실과 다를 경우 선거 전에 책임을 질 수 있는 효과적인 시스템 도입은 반드시 필요할 듯해.”

△니가가라청와대=“대장동이나 고발사주 같은 한 사안 안에서도 여러 일들이 터지니까 유권자도 사실 ‘멘붕’ 아니었을까. 처음에는 관심 갖다가 나중에는 무감각해진 거 같아. 아마 다음 선거에서는 융단폭격식 네거티브전의 효용에 대해서는 양당 모두 개선책을 내놓지 않을까.”


-양 후보 정책은 어떻게 봤어?

△안꼰대=“이번만큼 공약에 대한 신뢰가 바닥인 경우도 처음이지 싶어.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서 재원 소요를 추산해보니 이 후보는 적게 잡아 300조원 이상, 윤 후보는 266조 원이라고 하니…, 아마 당선되면 뭘 빼느냐가 최대 고민일 듯.”

△피카츄=“선거 기간 각 후보의 정책 평가는 참 어려워. 모두 잘 할 것이고, 잘 할 수 있다고 말하니깐. 다만 서면질의에 답변이 가장 충실하고, 신속한 쪽은 민주당이었어. 여당의 프리미엄이겠지. 가장 빈약한 쪽은 국민의당이었고.”

△반쪽=“양강 후보 모두 재원이 마치 화수분인 마냥 지역, 단체에서 원하면 대부분 공약화를 했지. 부산만 하더라도 부산월드엑스포 유치, 가덕신공항 추진은 물론 어려움이 예상되는 경부선 지하화까지 ‘데칼코마니’처럼 똑같아. 그런데 과연 실현될까?”


-이번 선거에서 군소정당들은 더욱 소외된 거 같은데

△니가가라청와대=“뭔가 작은 방 안에 갇혀 있는 느낌이야. 군소정당이 내세우는 이념, 가치가 한계에 부딪혀 있는데, 전통 지지층 때문에 이를 깨드릴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 사실 군소정당이 5% 내외 지지율만 보이더라도 정치 발전에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안꼰대=“정의당은 세대 교체 실패의 후폭풍을 가장 혹독하게 치르는 것 같아. 심상정 후보의 지지율이 1%대라는 건 충격적이야. 마크롱식 제3지대 혁명을 외치던 안 후보가 결국 중도 포기한 것도 마찬가지고. 기존 양당 구도에 진영 정치까지 더해지면서 군소정당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는 것 같아”

△반쪽=“그래도 한 가지 큰 역할을 했다고 봐. 미래 세대에게 엄청난 짐이 될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안철수, 심상정 후보가 TV 토론회 등을 통해 필요성을 강조했고, 양강 후보도 공감했지.”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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