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판 끝까지 녹취록…김만배 이어 이재명 전 비서 통화 파장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무마했다는 주장이 담긴 녹취록이 대선 막판 불거진 가운데, 이번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옛 비서가 ‘대법원 재판 로비’를 시사하는 발언이 담긴 통화 녹취록이 공개됐다. 정치권은 막판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양쪽 다 진위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라 파급력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JTBC는 지난 7일 2020년 당시 이 후보의 첫 수행비서였던 백 모 씨가 은수미 성남시장의 정무비서관과의 통화에서 “대법원 라인이 우리한테 싹 있다. 우리가 대법원을 한다. 그동안 작업해 놓은 게 너무 많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당시는 이 후보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던 시기였으며 은 시장도 대법원 재판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또한 백 씨는 은 시장의 정무비서관에게 “(필요하면) 얘기를 해라. 싹 서포트(도움) 할 테니까”라고도 발언했다고 한다.
해당 보도를 두고 민주당 선대위 공보단은 입장문을 통해 “근거 없는 상상력이 빚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한 행위(보도)이므로 엄중하게 법적 대응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공보단은 “(첫 수행비서로) 언급된 백씨는 2013년 하반기 사직했으며, 그 이후로는 이 후보 관련 업무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보도된 녹취록 내용은 백씨가 지극히 사적인 대화에서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허세를 부리는 발언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후보를 기사회생시킨 선거법 무죄 판결의 재판 거래 의혹에 관해 경천동지할 만한 증거가 새로 드러났다”며 “(녹취록에 따르면 이 후보 측에서) 대법원 선고가 나오기 한참 전 이미 결과와 표결 구성, 선고일까지 모두 알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양측은 앞서 논란이 된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씨가 ‘대장동 대출 브로커였던 조우형에게 박영수를 변호사로 소개해준 뒤 당시 주임검사였던 윤석열이 사건을 무마해 줬다’는 취지의 발언을 두고도 공방을 이어나갔다.
민주당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은 '김만배 녹취록'을 100% 믿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 몸통'은 아니다라는 사실을 말해줬다고 주장했다. 우 본부장은 지난 7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만배씨가 약간 허풍을 떨거나 아는 척하고 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라면서도 “문제는 남욱, 정영학, 김만배 등의 녹취록에서 비슷한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만배 씨가 부산저축은행의 수사를 무마하거나 그것을 약화시켜서 대장동 사업을 성사시키려고 노력했던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생태탕 시즌2, 음모론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생태탕 때와 마찬가지다. 말만 있고 내용은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생태탕 때도 말만 있고 내용은 없으니까 ‘백구두를 신고 하얀색 바지를 입고 선글라스를 끼고 갔다’ 이런 식으로 인상착의를 덧붙여서 신빙성을 더하려고 했었다”며 “이번에도 사실을 뒷받침할 이야기 없이 ‘그냥 이랬다’, ‘이랬을 것이다’, ‘어떤 검사가 커피를 타줬다’라는 말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여야가 대선 막판까지 녹취록을 두고 치열하게 맞붙고 있지만 실제 표심에 미칠 영향력에 대해선 시각이 엇갈린다. 백 씨와 김 씨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한 만큼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를 '몸통'으로 확정할 수는 없는 만큼 표심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주장이 나오는 반면 아직도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은 물론 지지층 결집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