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이야기] 30년 뒤에도 초콜릿 먹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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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기적인 탄소 배출량 줄이기, 전 세계가 행동으로 보여야 최악 사태 막아

초콜릿, 커피, 와인, 메이플시럽과 바나나, 아보카도, 배, 복숭아, 살구, 자두, 딸기. 이렇게 나열한 식품, 과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맛일까, 아니면 영양일까. 아쉽지만 둘 다 정답이 아니다. 놀랍게도 답은 ‘2055년 무렵이 되면 먹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에 따르면 1900~2000년 사이에 기후변화 때문에 전 세계 식용 식물 가운데 75%가 사라졌다고 한다. ‘세계 식량·농업 유전자 자원 조사’라는 보고서는 땅콩, 토마토, 콩 같은 중요한 식량 자원의 야생 종자 가운데 22%가 2055년까지 멸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멸종위기에 몰린 식물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이 아쉬워하게 될 것은 아프리카의 가나, 아이보리코스트에서 잘 자라는 코코아 나무(사진)일 것 같다. 북위 20도, 남위 20도 주변에서만 서식하는 코코아 열매는 다양한 조건이 골고루 충족돼야 제대로 자랄 수 있다. 습도가 충분하고 토양이 비옥하지 않으면 금세 시들어 버린다. 기온이 높아지면 성장에 큰 악영향을 받게 된다. 기후변화가 지금처럼 이어진다면 당장 2030년부터 코코아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는 게 국제열대농업센터(CIAT)의 전망이다.

커피도 마찬가지다. ‘근심스러운 과학자 연대’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온이 0.5도만 올라도 커피나무는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메이플시럽을 만드는 단풍나무도 마찬가지다. 미국 뉴햄프셔의 연구진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온 상승은 단풍나무에서 채취하는 메이플의 단맛을 떨어뜨린다.

기후변화는 와인 생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프랑스나 미국 캘리포니아의 포도나무는 기온 상승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기온이 오르면 포도의 유기산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각종 연구결과를 다루는 월간 잡지인 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앞으로 50년 사이에 와인 생산량이 85%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바나나도 마찬가지다. 이 열대 과일이 익기 위해서는 많은 물이 필요하다. 기후변화가 계속되면 바나나 농장은 물을 공급하기 위해 관개시설을 개선하느라 투자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기온이 더 높아지면 아무리 돈을 쏟아 부어도 물은 모자라게 마련이어서 바나나 생산이 줄거나 아예 바나나가 없어질 판이다.

더 큰 문제는 식량이다. 최악의 경우 초콜릿, 커피, 와인은 없어도 살 수는 있다. 하지만 식량이 모자라게 되면 큰일이다. 안타깝게도 기후변화는 식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후변화에 대한 범정부 패널’ 자료에 따르면 2050년까지 곡물 생산량이 현재보다 10~25%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포츠담기후변화연구소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실시해보니 탄소 배출량을 급격하게 줄이지 못한다면 2100년 세계 곡물 생산량은 지금보다 40%가량 감소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처럼 재앙 수준의 위기가 닥쳐오고 있지만 아직도 인류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개인적, 국가적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눈앞의 이익에만 몰두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기후변화 때문에 식량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경우 결국 식량을 확보하려는 각 나라의 갈등은 심각해질 것이다. 이것이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이런 불행한 사태를 막을 수 있는 답은 모두가 알고 있다. 문제는 실천하겠다는 의지와 행동이다. 더 늦기 전에 움직여야 할 때다.

남태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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