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다리쑥국에만 봄 있나요 광어쑥국에도 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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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 청사포 해림이네

쑥은 봄을 대표하는 나물 가운데 하나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중국, 일본 등 아시아와 유럽에서도 식용이나 약용으로 널리 사용돼 온 식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떡, 무침은 물론 국에도 사용할 정도로 다양한 방법의 쑥 조리법이 발전돼 왔다.

해마다 봄이 되면 남해안에서는 쑥과 도다리를 함께 넣어 끓인 도다리쑥국이 널리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쑥국에 넣는 생선이 도다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광어도 쑥과 함께 끓일 경우 도다리 못지않게 맛있는 쑥국이 될 수 있다.

을 보면 ‘(비목어는) 맛이 달고 허한 몸을 보하고 기력을 세게 한다‘고 돼 있다. 여기에서 비목어는 도다리와 광어다. 광어쑥국과 도다리쑥국은 경남 통영에서 먼저 먹기 시작했다. 배에 싣고 오다 죽은 생선을 버리기 아까워 쑥을 넣어 끓여 먹은 게 시초였다고 전해진다.

소금·간장을 기본으로 한 ‘광어쑥국’
모양으론 도다리쑥국과 구별 힘들어
광어 통째로 넣어 끓인 게 특징
도다리쑥국은 담백, 광어쑥국은 고소
직접 만든 밑반찬 풋마늘종 눈에 띄어
청사포 ‘물미역 무침’ 바다 풍미 물씬
도다리회 담백하고 신선 봄이 입안에

날씨가 많이 풀린 3월 초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 다릿돌전망대 일대는 그야말로 발 디딜 틈 없이 인파로 붐볐다. 전망대 인근에 광어쑥국을 먹을 만한 횟집이 있다고 해서 냉큼 달려갔다. 4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해림이네(대표 정용관·김해림)’가 바로 그곳이다.

해림이네는 1994년 청사포 해수욕장 인근에서 개업했다. 현재 자리로 이전한 것은 1996년이었다. 처음에는 회만 팔았지만 시대 흐름에 따라 10년 전부터는 조개와 장어도 판매하고 있다. 대를 이어 식당 일을 돕고 있는 정용관·김해림 부부의 아들 정치영 씨는 “초등학교에 다닐 때에는 주변이 어촌이었다. 소로 밭을 가는 사람도 흔했다. 횟집도 적지 않았지만 지금은 3곳만 남았다. 나머지는 카페나 조개구이, 장어구이 판매점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해림이네의 광어쑥국은 소금과 간장을 기본으로 해서 끓인다. 여기에 무, 양파도 들어간다. 미리 국물을 만들 때 멸치는 기본으로 들어간다. 국물은 우동처럼 진하게 뽑지 않고 가벼운 맛이 나게 뽑는다. 정용관 씨는 “대파, 쑥은 미리 썰어두었다가 막판에 넣어야 향이 좋다”고 말했다.

광어쑥국은 모양만 보면 도다리쑥국과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유사하다. 맛을 보면 그 차이가 느껴진다. 광어쑥국은 고소하고 기름기가 많은 국이다. 도다리쑥국은 담백하고 맑은 맛이 좋은 음식이다. 광어는 대개 미역과 함께 광어미역국을 끓여 먹는 경우가 많다. 이때에는 광어에서 뼈를 발라내고 살코기만 넣어 끓이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해림이네의 광어쑥국은 광어를 통째로 넣어 끓인 게 특징이다. 해림이네에서는 도다리쑥국도 판다. 광어쑥국과는 달리 된장을 약간 풀어 끓인 국이다. 그래서 담백한 맛보다는 구수한 맛을 내는 편이다.

해림이네의 다른 장점은 집에서 직접 만든다는 밑반찬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풋마늘종이다. 식초와 고추장을 넣어 버무린 반찬인데, 매운 느낌이 전혀 없이 상큼한 봄의 향기를 물씬 풍긴다. 말린 시금치, 깻잎, 무청에 된장을 조금 넣고 간장으로 졸인 나물도 상큼한 맛을 자랑한다. 매일 아침에 가져온다는 청사포 물미역 무침은 바다의 풍미를 느끼기에 제격이다.

국물은 광어쑥국을 먹었으니 회로는 도다리를 주문했다. 도다리의 크기가 작을 경우 뼈째 썰어 먹을 수도 있고, 크면 뼈를 빼고 살코기만 발라 먹을 수도 있다. 뼈째 먹으면 고소한 맛이 좋지만, 뼈가 너무 굵으면 먹기가 불편할 수도 있다.

이날 상에 오른 도다리회는 뼈를 뺀 것이었다. 고소한 맛은 덜 했지만 담백하고 신선한 느낌이 봄을 입안에 넣고 굴리는 기분이었다. 정치영 씨는 “아직 약간 맛이 덜하다. 3월 중순이 되면 맛이 완전히 올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해림이네/부산 해운대구 청사포로 159. 051-703-2188. 광어쑥국 1만 5000원, 도다리쑥국 2만 5000원, 모둠회 8만~12만 원.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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