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러 속 메마른 풀·공간 채운 화분들… 기후위기 속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묻다
오늘부터 ‘그린 인플레이션’ 전시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미술로 느낀다.
자동차 백미러에 비친 메마른 풀숲, 의자와 식탁을 차지한 식물, 공간의 한쪽을 가득 채운 화분들. 초록으로 인간에게 휴식을 제공할 것 같은 식물의 모습에서 살짝 두려움이 느껴진다. 제이 무브먼트 갤러리는 기획전 ‘그린 인플레이션(Green Inflation)’을 10일부터 개최한다. 제이 무브먼트 갤러리는 부산 금정구 부곡동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전시는 4월 20일까지 이어진다.
‘그린 인플레이션’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전시이다. 해수면 상승, 감염병의 습격, 생물 다양성의 위기 등의 이유로 소수의 인류만이 살아남은 세계를 가정해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한다. 전시에는 김도연, 김원정, 윤석원 작가가 참여한다.
부산 출신 김도연 작가는 인간의 눈에 찰나의 모습으로 담긴 자연을 보여준다. 문명을 상징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해 빠르게 이동할 때 포착되는 풍경이다. 하지만 작품 속 자연은 그저 지나가는 배경이 아니라 시선을 더 단단하게 붙들어 맨다.
김원정 작가는 일괄적으로 제시되는 가치의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는 방법으로 식물을 등장시킨다. 잡초라고 불리는 것들에 대한 재인식을 요청하고 ‘존재함으로써 증명되는 관계’에 주목한다. 영상과 설치가 함께하는 작품 ‘잡초, 그 의미 없음에 대하여’에 사용된 화분은 작가가 가격을 흥정한 화분들로, 잡초의 정의와 가격 측정 과정에 대한 인터뷰를 보여준다.
윤석원의 식물 가득한 풍경 그림 속에는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작가는 관조하는 시선으로 자연을 성실히 그려낸다. 작가에게 있어 인간과 자연은 ‘서로 지켜보는’ 타자로서 밀접히 연관된 공동체의 일원이다. 그림 속 층층이 빼곡하게 서 있는 화분들이 묘한 힘을 내뿜는 것이 느껴진다.
살아남은 소수의 인류가 받는 메시지라는 개념으로 시작된 이번 전시는 인간과 비인간이 화해하고 함께 나아가는 새로운 세계의 길을 묻는다. 오금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