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 금수 조치에 유가 폭등… 지구촌 덮친 ‘S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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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그플레이션>

9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에 게시된 유가 정보. 연합뉴스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한국 경제도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은 편이지만,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유럽연합(EU) 등이 수입 금지 조치에 동참할 경우 국제유가는 더욱 폭등하면서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러시아 채무불이행(디폴트)이 현실화하면 국내 개별 기업이나 국제 금융시장 타격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WTI 가격 배럴당 123.70달러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 기록
러 수출 차단 땐 200달러 전망도
지구촌, 오일쇼크 현실화 눈앞
국내 주유소 기름값도 천정부지
수출 주도 한국 경제에 먹구름

9일 업계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가 한국 경제에 가장 악영향을 끼칠 현상으로 물가 상승 압박이 꼽힌다.

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123.70달러에 거래를 마쳐 종가 기준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기름값도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9일 오후 9시 기준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보통휘발유(이하 휘발유) 평균가격은 전날보다 34.38원 급등한 L(리터)당 1894.99원으로, 2014년 3월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부산지역 휘발윳값도 전날보다 41.01원 치솟은 L당 1926.78원을 기록하는 등 8~9일 이틀간 무려 L당 116.45원이나 폭등했다. 이로써 지난달까지만 해도 휘발윳값 전국 최저가 지역이던 부산은 제주(L당 평균 1973원), 서울(1962원), 대전(1936원)에 이어 전국 4위로 휘발유 가격이 뛰어올랐다.

국내 정유업계의 러시아산 원유 비중은 5% 남짓으로 미미한 수준이기에 한국이 수입 금지에 동참하더라도 직접적인 타격은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각국이 러시아산 원유 대체물량 확보 경쟁을 벌이면 국제유가 전체가 크게 오르게 된다는 점이 문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러시아의 석유 수출이 차단되면 500만 배럴 이상의 공급이 감소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원달러 환율도 1230원을 돌파한 상태다. 유가·환율 동반 상승은 국내 체감 유가를 비롯한 수입 물가를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곡물 등 다른 원자재 가격도 상승 중이라 기업 비용 부담이 늘어 제조업 상품 전반의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도 크다.

이에 따라 지난달 3.7%를 기록한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조만간 4%대로 뛰어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물가 상승률이 2011년 12월(4.2%) 이후 처음으로 4%대를 찍는다면 당장 국민들의 체감 고통이 커지는 것은 물론, 소비 위축 등으로 이어져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제유가가 150달러를 넘어 ‘오일쇼크’ 수준이 되면 세계 경제 전체가 침체 국면에 들어서고, 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경우엔 성장률도 크게 꺾이는 것이 불가피하다.

지나친 유가 급등이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아 경기 불황 속에서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지구촌을 덮칠 것이란 공포도 커지고 있다. 현재 우려되고 있는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도 한국 경제에는 상당한 리스크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러시아 디폴트가 현실화한다면 한국 경제 전체적으로는 러시아와의 관계가 크지 않기에 영향이 미미할 수 있으나, 러시아에 수출하거나 공장이 있는 기업들에는 상당한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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