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현의 사람 사는 경제]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참사회경제교육연구소장
백범 김구 선생님의 『백범일지』에는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라는 글이 있다. 이 글에서 선생님은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가 아니라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고 말씀하셨다. 여기서 아름다운 나라란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도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어느 후보가 더 대통령에 적합한가가 아니라 어느 후보가 대통령의 자격에서 조금이라도 덜 미달인가를 선택하는 선거이기는 했지만 굳이 그런 허물을 다시 헤집고 싶지는 않다. 선거가 끝나면 흔히 승자에게는 축하를 패자에게는 위로를 드린다고 말한다. 이긴 이에게 축하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진 이에게 꼭 위로를 해야 할 일인지는 모르겠다. 비록 선거에서는 졌다 하더라도 정치가로서 평소에 자신이 품어 왔던 정치적 소신과 비전과 정책들을 국민들께 하고 싶은 만큼 목놓아 부르짖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 아닌가? 물론 당사자의 마음이 그럴 리야 없다. 한가한 구경꾼이니까 해 보는 말이다.
백범 김구 선생 ‘백범일지’
가장 부강한 나라 아니라
가장 아름다운 나라 되기를
제20대 대선 새 대통령 선출
사람이 사람답게 대접 받고
정당한 대접 받는 나라 만들길
아마 신문이든 방송이든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언론에서는 오늘 아침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각계각층의 말씀들이 빠지지 않았을 터다. 좋은 말씀들이 많을 터인데 거기에 나까지 굳이 거들어야 할 필요가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나도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기는 하다. 나는 새 대통령에게 다른 것은 다 차치하더라도 사람이 사람답게 대접받는 사회, 일하는 사람들이 정당하게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애써 주시기를 바란다. 일하는 사람들이 존중받기 위해서는 거창한 공약이나 정책이 필요하지 않다. 매우 쉽고 우리 사회가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실천할 수 있는 일이다. 첫째는 안전한 노동조건을 만드는 일이다. 광주에서 일어난 아파트 건설현장의 붕괴사고 같은 대형사고만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10권의 경제대국을 자랑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산업재해가 많이 일어나는 나라이기도 하다. 부끄럽다 못해 참담한 일이다. 사람의 생명이 존중받지 못하는데 이런저런 거창한 정책들이 무슨 의미를 가질 것인가 말이다. 둘째는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보장하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가운데 잘못된 정책을 물으면 많은 이들이 부동산 문제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나는 문대통령이 최저임금 1만 원을 실천하지 못한 일이 더 아쉽다. 부동산이야 정부의 능력이 부족해서 못한 일이지만, 최저임금 문제는 정부가 할 수 있는데도 안 한 일이기 때문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5000달러가 넘는 나라에서 1만 원도 안되는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는 사실도 민망해서 얼굴을 들지 못할 일이다. 마지막으로 노동자들에게 사람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일이다. 한 때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나라였다. 누군가의 시처럼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쓴 소주’를 들이붓고는 다시 노동하러 가는 것이 1980년대 노동자들의 삶이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후진국들보다 더 길다. 사람다운 삶이 별 건가? 노동자들도 노동을 마치고 돌아오면 지친 몸을 쓰러지듯이 누이는 대신, 자기만의 문화생활이나 자기계발을 즐기는 여유,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함께 소박한 행복을 함께 하는 여유, 이웃들과 인사도 나누고 더불어 살아가는 마을 공동체나 지역 공동체의 문제들을 함께 의논하고 실천하는 여유를 가지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일 뿐이다. 이런 소박한 꿈들을, 어렵지도 않고 복잡하지도 않은 일들을 왜 지금까지 우리 정부들은 한 번도 실천하지 못했을까? 능력이 안 되어서 못한 것도 아니고 돈이 없어서 못한 것도 아니다. 그저 마음이 없어서 안 한 것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