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블록체인과 연금술, 그리고 비트코인
이기용 (주)리얼체크 비트코인뱅크 대표이사
금융정보분석원이 2021년 실시한 가상자산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총 등록 이용자는 700만 명에 이르며, 2040세대가 82%를 차지했다. 특히, 30대 이용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왜 이토록 많은 젊은이가 가상자산에 열광하는 것일까? 이들은 영끌과 빚투로 집값 폭등세에 올라타면서 불안이 가득하다. 그들에게 가상자산 시장은 그나마 적은 돈으로 고수익을 올려 경제적 고민을 돌파할 매력적인 투자처이다. 그만큼 가치가 크게 성장했고, 어쩌면 세대를 뛰어넘는 새로운 경제 수단이기에 가장 열성적이다.
지난 세기 최고의 안전자산은 금이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금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올라갔다. 금은 몸에 치장할 수 있는 귀금속으로, 인플레이션 위험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세계적으로 진귀한 가치를 지니는 금속으로 인정받았다. 최근 들어서는 가상자산이 새로운 안전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청년세대 불안감 타개할 새 투자처
가상자산의 안전자산 역할론 급부상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비트코인 급등
코인기업 연금술사처럼 대중 현혹
사업 실체 없이 다양한 코인만 거래
관련 산업 육성 위한 각계 노력 절실
경제 위기나 전쟁 등 국가적인 위기 때마다 비트코인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특히 최근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함께 거래량이 급증하고 가격이 치솟는다는 보도도 연일 나온다. 이는 자신들의 자산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금이 맡아 왔던 안전자산의 역할이 가상자산으로 넘어온 양상마저 보인다.
가상자산을 안전자산으로 분류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입지는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로 인하여 묶여 있던 돈이 주식과 부동산 및 금, 가상자산으로 유입되었는데, 특히 비트코인이 주목받고 있다. 국가적 금융 시스템 마비에도 문제없이 이용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경제 수단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비트코인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세계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하고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블록체인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했다. 많은 기업가와 개발자들도 모멘텀이 강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이 시장의 성장과 함께 큰 부를 얻기 위하여 시장에 뛰어들었다. 마치 중세시대 연금술사들과 같다. 비금속 물질을 금, 은과 같은 값진 금속으로 바꾸어 부를 창출하려는 연금술사들은 결코 금을 만들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들 중 일부는 가짜 금속의 겉모양만 마치 금처럼 꾸며 사람들을 속이고 어마어마한 돈을 거머쥐었다. 오늘날 가상자산 기업이 코인을 만들어 사람이 투자하도록 현혹하여 일확천금을 취하는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고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자산을 손쉽게 창조할 수 있는 권력은 항상 세계를 제패했다. 그것을 알기에 연금술사는 연구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블록체인 기술로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을 개발하여 파는 기업들은 연금술사들과 비슷한 욕망을 갖고 있다. 현재 수많은 코인-연금술사 기업들은 비트코인보다 뛰어난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했다고 말한다. 안타깝게도, 비트코인이 시장에 나온 지 14년이 지났지만 그 어떤 기업의 연금술도 비트코인보다 더 큰 가치를 지닌 가상자산을 시장에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도 그랬듯, 단지 자신들이 만들어 본 블록체인 결과물을 시장에서 가상자산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을 뿐이다.
세계 최고의 IT기업들은 블록체인을 적용하거나 가상자산 기술 개발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 블록체인 기술 환경을 제공하거나 비트코인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선에서 그치고, 별도의 가상자산을 만들지 않거나 기획하더라도 철회했다. 4차산업을 예고하는 블록체인 기술이라 불릴 만큼 많은 기대를 받고 있지만 뛰어난 IT기업들조차 블록체인을 중세시대 연금술만큼이나 어려운 기술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어떤 기업은 코인-연금술에 성공했다며 사람들을 설득하고 있고, 거래소에는 자금이 몰리고 있다. 블록체인으로 만들어진 사업 모델의 실체는 그 누구도 증명하지 못한 채 그들이 만들어 낸 다양한 코인만이 거래되고 있을 뿐이다.
현재 수많은 코인-연금술사는 어려운 도전을 이어 가고 있다. 14년 동안 꾸준히 그 가치를 키운 비트코인은 그보다 훨씬 더 긴 시간 동안 가치를 지켜 온 금과 같이 ‘디지털 금’이 되어 가고 있다. 금이 다른 광물과는 다른 특징이 있는 것처럼,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그 특징을 잘 알아야 한다.
암호화폐의 급증을 보면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의 매력과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런 흐름을 반영해 부산시도 블록체인 기업 유치와 산업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산업계와 정부, 학계 등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블록체인이 놀라운 연금술의 결과인 디지털 금을 만들 수 있는 실질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