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확진자 투표 혼란 방지, 선관위 신뢰 회복은 과제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 와중에 치러진 제20대 대선 본투표가 별다른 혼란 없이 비교적 차분하게 치러졌다. 사전투표 때 확진·격리자에 대한 관리 부실로 국민적 비난에 직면했던 선거관리위원회가 대선 본투표 현장 관리를 대과 없이 무난히 이끈 건 실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사전투표 때보다 투표소가 4.5배나 많아 분산 효과가 있었고 기표 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도록 한 지침 변경도 주효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선관위가 무너진 신뢰를 완벽하게 회복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투표 당일 전국 곳곳에선 기표 용구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며 투표용지를 훼손하는 등 여전히 소동과 실랑이가 잇따랐다. 부산 북구에서는 투표소 천장 구멍에 카메라가 설치된 게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돼 해당 부분을 테이프로 막고 일단락됐다. 현장의 이런저런 소란들은 선관위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을 방증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는 선관위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할 것이다. 그동안 선관위의 행태가 국민 주권보다는 행정 편의주의에 기울어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선관위의 기형적인 지휘 체계가 근본 원인이라는 비판이 그 핵심을 이룬다. 현재 선관위는 최고 결정기구인 중앙위원이 정원(9명)에서 2명이나 부족하다. 게다가 여권 지명·추천 위원이 6명이나 된다. 독립 기관으로서의 중립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뜻이다.
선관위가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려면 이번 대선 과정을 거울삼아 뼈를 깎는 노력으로 환골탈태를 보여 주는 수밖에 없다. 근소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 상황에서 선관위에 대한 불신은 자칫 부정선거나 선거 불복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그만큼 선거 관리는 국가적으로 막중하고 엄중한 과제다. 선관위가 독립된 국가기관으로서 존재 의의를 잃지 않도록 이제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일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