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수출 빗장… 세계 ‘식량대전’ 초비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 ‘식량 위기’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생산하는 밀은 세계 생산량의 30%가량을 차지한다.
CNN은 러시아·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벌어진 이후 농산물 가격이 치솟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는 5월물 연질 적동소맥(고품질 밀) 가격이 앞서 6거래일 동안 매일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높은 가격 수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러·우크라, 세계 밀 30% 생산
전쟁 발발 이후 가격 연일 폭등
이집트·인니 등 농산물 수출 금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국제 밀 생산량의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곧 다가오는 밀 파종 시기에 제대로 농사를 짓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우크라이나에서 농부들은 총을 들거나 해외로 피란을 떠나 인력이 없는 상황이다. 러시아군이 흑해 항구도시를 점령해 통상 흑해를 통해 들여오는 농사 장비와 비료 등을 가지러 갈 수도 없다.
식량 부족이 현실화하자 각국은 빗장을 걸어잠그고, 자국 식량 단속에 나섰다.
이집트는 밀, 밀가루, 콩 등의 수출을 금지했다. 세계 최대 인구 밀집지역 중 하나인 아랍 지역의 식량 비축량이 충분치 않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팜유 수출 제한을 강화했다. 팜유는 식용으로도 쓰이고 화장품·초콜릿 등의 원료로도 쓰인다. 인도네시아가 최대 수출국이다.
앞서 헝가리 농무부는 모든 곡물 수출을 즉각 중단하기로 했고, 주요 곡물 수출국인 아르헨티나도 밀의 자국 내 공급을 보장하겠다며 ‘가격 안정 제도’ 마련에 나섰다. 최대 밀가루 수출국인 터키도 곡물 수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나섰고 몰도바는 이달부터 밀, 옥수수, 설탕 수출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설상가상으로 비료 수급 차질도 예상된다. 러시아가 비료의 주요 생산국인데, 전쟁으로 러시아가 강력한 국제 제재에 직면하면서 각국 기업은 러시아와의 거래가 힘들어졌다.
치솟은 가스 가격도 문제다. 요소 비료 생산에는 가스가 대량으로 필요하지만, 가스 가격이 치솟아 경제성이 떨어지면서 기업들은 생산량을 늘리지 않고 있다. 요소 화합물 비료 가격은 최근 t당 1000달러 내외에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작년 초의 4배에 달한다. 한 비료 생산회사의 CEO는 CNN에 “식량 위기가 오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얼마나 거대한 위기가 찾아오느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G7 장관들은 각국에 "식품과 농산물 시장을 계속 개방하고 수출에 대한 부당한 제한 조치를 경계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식품 가격의 추가 상승과 국제 시장의 변동성은 전 세계적으로 식량 안보와 영양, 특히 식량 안보가 낮은 환경에 있는 가장 취약한 이들의 삶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현정 기자 일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