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부산 이전만으론 안 돼” … 반색하는 지역 경제계, 긴장하는 금융공기업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약속한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에 지역 경제계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으로 유명무실했던 금융특화도시 부산의 위상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수도권 소재 금융 공공기관들은 이전 대상에 추가될 수 있다는 관측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13일 부산지역 경제계는 윤 당선인의 산업은행 부산 이전 공약이 꼭 실현되어야 할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부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부산이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돼 금융특화를 위해 노력하고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산업은행을 특정해서 부산으로 이전하겠다고 한 것은 부산이 금융특화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 있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고 말했다.
유세 당시 당선인 발언에 촉각
부산상의 “금융특화도시 발판”
수출입은행 “남 일 아냐” 불안
실제로 부산상의는 대통령 선거에 앞서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위한 지역 경제계 제언집’을 내고 산업은행 유치를 통한 금융특화도시 조성 등 14개 과제를 제안했다.
부산 남구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3단계 사업이 진행 중인 만큼 이참에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확정해 문현금융단지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해운업계 역시 선박금융을 활성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이를 반기고 있다. 근해 컨테이너선업계 관계자는 “부산을 해양수도로 만들려면 선박금융을 활성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의 부산이전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 4일 부산 유세 현장에서 “산업은행 하나 가지고는 안 되고 대형은행과 외국은행들도 부산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언했다. 당시 발언을 두고 금융권에선 이전 기관이 산은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확산했다. 이에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는 기관도 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수협은행 등 서울에 본사를 둔 다른 정책금융기관이나 특수은행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윤 당선인이 산은 이전을 공약으로 전격 채택한 데에는 대선캠프 정책위원이었던 박성훈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설득이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부산 지역 단체들은 부산의 금융 생태계 선순환을 위해선 산은과 같은 대형 정책금융기관 유치가 필요하다고 요구해 왔다.
현재 BIFC에는 주택금융공사, 자산관리공사, 한국거래소 등 다양한 금융기관이 이전해 왔지만, 금융중심지 역할 수행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 당선인의 공약에 기대를 거는 지역과 달리 이전 가능성이 제기되는 기관들은 ‘좌불안석’ 분위기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당선인이 유세 도중 ‘산은 이전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여지를 남긴 터라 ‘우리도 덩달아 가는 것 아니냐’며 직원들이 불안해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들 기관의 경우 당장 직원들의 불안감이 가시화한 단계는 아니지만 지방 이전 이슈가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고 여기는 분위기다.
산업은행은 이전 공약에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산은의 한 관계자는 “연차가 낮은 직원이나 이직 후에도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직원들은 이직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1월 말 기자간담회에서 산은의 부산 이전 공약에 대해 “옮겨 봐야 소용 없고 소탐대실할 것”이라며 이전을 강하게 반대한 바 있다.
조영미·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