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함부로 못 옮겨”… 이동걸 회장부터 대립각
산은 정면 반발 배경은?
산업은행이 14일 부산 이전에 대해 반대입장을 공식 표명한 데 대해 그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이제 막 출범하려는 ‘막강’ 권력에 정면으로 달려든 꼴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금융권 내부 분위기 △부산 이전에 대해 강하게 반대해 온 이동걸 산은 회장의 의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내부 분위기 복합적 작용
관련법 개정 없으면 이전 불가
법 개정에 민주당 반대 없을 듯
산은 안팎 “부산 갈 수밖에” 체념도
실제 금융권에서는 정권이 공공기관이 아닌 국책·시중은행을 대통령 ‘마음대로’ 이전시키는 것은 무리수라고 반발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과거 정권들도 정부부처나 공사 등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한 바는 있지만 국책은행을 이전시킨 사례는 없지 않았느냐”며 “산은 등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은 무리수”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여기에다 이 회장이 그간 줄기차게 이전 반대를 외쳐 온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회장은 대선 결과가 나오기 이전부터 윤석열 후보에 반대의견을 내며 대립각을 세웠다. 윤 후보는 대선공약으로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내걸었고, 이 회장은 이를 “시대착오적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국회 통과가 선행돼야 국책은행들의 지방 이전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며, 산은의 부산 이전이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망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 차기 정권이 국책은행들은 지방으로 이전하려면 한국산업은행법, 한국수출입은행법 등 관련법을 개정해야 하는 것은 맞으나 민주당이 그간 공공기관의 2차 지방 이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기 때문이다.
정계 관계자는 “현재 국회 의석수가 민주당 172석, 국민의힘 110석, 국민의힘과 합당을 계획하고 있는 국민의당 6석 등으로 새 정부로선 민주당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과제”라면서도 “하지만 그간의 민주당 입장을 감안하면 큰 반대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당 원내대표를 맡았던 지난해 9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중앙집중 방식에서 벗어난 지역 중심의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며 “2차 공공기관 이전을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점을 의식한 듯 산은 안팎에서는 체념한 듯한 기류도 읽힌다. 한 관계자는 “일단 반대해 보고 안 되면 부산으로 가는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회장도 개인적으로 그간의 친민주당 노선을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친민주당 금융인사로 거론되는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9월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출판기념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20년 집권론을 언급하며 “가자 20년”이라는 건배사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 때문에 지난 2017년 산업은행장에 취임한 이 회장은 연임으로 임기가 내년 9월까지이나 그 전에 옷을 벗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권의 반응이다. 이 회장의 전임자인 이동걸(동명이인) 회장도 문재인 대통령 취임 넉 달 만에 자리에서 내려왔다.
한편 지난 2019년 정부가 1차 공공기관 이전을 마무리하면서 수도권 소재 153개 공공기관이 지방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아직 365개 기관이 여전히 수도권에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이 가운데 122개를 2차 이전 대상으로 평가한 바 있다. 정치권에선 2차 이전 대상 기관으로 산업은행, IBK기업은행, 수출입은행, 한국투자공사(KIC), 한국공항공사(KAC),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한국폴리텍 등을 꼽는다.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