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나나 버티나… 기로에 선 ‘민주 86세대’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대선 패배 충격파로 더불어민주당에서 ‘리더 역할’을 해 오던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그룹이 2선으로 물러나는 기류가 감지된다.

선거를 43일 앞둔 올해 1월 25일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동일 지역 4선 연임 금지 제도화와 함께 자신의 차기 총선 불출마를 고리로 당내 주류 세력인 86세대 용퇴론을 던진 이후에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는데,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책임을 지고 자연스레 뒤로 빠지는 모양새다.


송영길 사퇴 후 지선 포기 잇따라
일각선 선거 후 전면 재등장 전망

송 대표가 대선 하루 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난 것을 시작으로 6·1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출마가 예상됐던 86세대 중진들이 하나둘 출마를 포기하는 분위기다. 서울시장에 재도전할 것으로 점쳐졌던 우상호 의원은 총괄선대본부장으로서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불출마를 결심했다. 우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에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할지 막막했다”며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려 마음먹은 지 오래됐고 준비도 해 왔지만, 그 꿈부터 포기해야 했다”고 밝혔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경우도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오지만 새 정부 출범 직후 지방선거라는 점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당내에서 우세하다. 원내대표를 지낸 김태년 의원도 경기도지사 출마의 뜻을 접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그 결과와 무관하게 86세대 인사들이 다시 당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관측도 여전하다. 특히 내각에 나가 있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의 거취가 주목된다. 당장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8월 전당대회에서 86세대 주자들이 다시금 당권 도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많다. 전해철 장관이 이번 지선에서 경기도지사 출마 계획을 접은 것을 두고 차기 당권 도전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두 사람의 경우 여당 주류 정치인임에도 선거 패배의 직접적인 책임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거기다 진보 진영에서 이들을 대체할 정치적으로 훈련된 엘리트 집단이 없다는 현실론을 고려할 때 이들이 결국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86세대를 겨냥한 인적쇄신 요구는 민주당 내에서 주요 선거 때마다 불거진 사안이다. 2015년 당시 문재인 대표 시절 이동학 당 혁신위원은 86그룹의 대표 격인 이인영 의원에게 공개편지를 보내 기득권 포기와 험지 출마를 요구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고, 촛불 혁명으로 문재인 정부가 탄생한 이후 이들은 오히려 여당 내 주류로 등장했다.

한편 민주당 비대위는 이날 첫 민생 행보로 강원도 산불 피해 현장을 방문하고 피해 지원과 함께 예방 시설 마련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을 비롯한 비대위원들은 이날 오전 강원 강릉시 옥계면의 산불 피해 현장을 방문해 김한근 강릉시장으로부터 피해 상황 등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윤 비대위원장은 '비상 소화장치를 확충해야 한다'는 김 시장의 요청에 "중앙정부에 의견을 전달해 피해 상황만 지원할 게 아니라 예방시설을 갖추는 데도 지원이 이뤄지도록 요청하겠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앞서 의원총회를 통해 소속 국회의원 전원이 세비를 30%씩 모아 의연금으로 기부하기로 의결한 바 있다. 기부 금액은 약 3억 6000만 원이다.

민지형 기자 oasis@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