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철의 어바웃 시티] 대선 이후, 부동산과 국가균형발전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

나라를 갈라 놓았던 대선이 끝났다. 성별, 세대별, 지역별 분열이 이토록 극심했던 시기가 있었을까? 소위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현 정부는 불과 5년 만에 물러나게 됐다. 동시에 ‘공정과 상식’의 회복을 앞세운 보수 야당의 신정부가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권력 교체가 지방도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현 정부의 퇴장을 부동산과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 조심스레 살펴본다.

어떤 정부이건 공과는 있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 정권 교체의 가장 큰 구실을 제공한 건 부동산 문제라는 데 이견은 없다. 모든 것은 현 정부 초기 부동산 가격 급등에서 시작됐다. 무려 28번의 대책을 쏟아 냈지만,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 급등을 막아 내지 못했다. 오히려 금리인하에 따른 유동성 증가로 전국의 부동산 가격 급등이 더 확산했다. 경기가 좋지 못한 부산에도 해운대·수영·동래구를 중심으로 투기 열풍이 불었다. 작년 부산·서울시장 선거에서 촉발된 민심 이반은 이번 대선까지 이어졌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번 대선의 승패 가른 부동산 문제
핵심은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실종
새 정부, 반드시 타산지석 삼아야

부동산 대책을 살펴보자. 부동산 가격 급등 초기, 정부는 수요 억제를 목표로 금융대출 제한 정책을 내놓았다.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한 전국의 투기 예상 지역엔 은행권 대출이 거의 금지되는 조치가 이뤄졌다. 다음에는 고가 주택 소유자와 다주택자를 주요 대상으로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을 인상했다. 이렇게 하면 아파트 구매 열기가 꺾일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 정책은 번번이 실패했다. 기대와 달리 엄격한 대출 제한 정책은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 등 실수요자들에게 주택 구매 제한이라는 기회의 불평등으로 작용했다. 또한 대출 제한과 세금 인상 정책에도 불구하고 자산이 풍부한 사람들은 고가의 부동산 매매를 그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천정부지로 오른 부동산 가격에 서민들은 절망했다. 심지어 임차인 보호를 목적으로 추진된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 3법도 전·월세가 폭등으로 이어져 오히려 세입자의 부담만 가중시켰다.

수요억제 정책의 실패에 정부는 ‘수도권 3기 신도시’라는 공급정책을 빼 들었다. 고육지책이라고는 하지만, 이전 박근혜 정부에서도 더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정책이었다. 이는 악수였다. 1990년대 이후 진행된 수도권 1, 2기 신도시 개발은 수도권을 강화하고 지방 쇠퇴를 유발한 정책으로 평가됐다. 지방의 쇠락을 넘어 소멸까지 걱정하는 시점에 나온 공급 정책은 지방으로선 더 뼈아픈 정책이었다. 수도권으로 인구 유출 가속화가 예측됐지만, 부동산 가격 급등이라는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논리였다.

이후 3기 신도시를 진행하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은 물론 공직자들의 투기가 대규모로 발각됐다. 들끓는 민심에 또 기름을 붓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동산 정책을 진두지휘하던 청와대 수석 비서관들의 부동산 일탈이었다. 현 정부 내내 이어지던 ‘내로남불’이라는 비판과 조롱이 화석처럼 굳어지는 순간이었다. 국민의 마음은 차갑게 돌아섰다.

사실, 문제의 핵심은 국가균형발전의 실종이었다. 노무현 정부 균형발전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한 현 정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 이전 이를 제대로 계획하고 신속히 이행할 시간도 있었다.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 공공기관 지방 추가 이전 등 균형발전 정책 어젠다는 현 정부 내내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실제 시기적으로도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 급등은 이와 무관치 않다. 수도권으로 기업과 인구가 집중하는 현상은 계속됐다. 현 정부 들어 수도권의 인구대비 주택공급률은 낮아졌다.

현상만으론 수도권 주택 공급을 늘려야 했지만, 문제의 본질은 균형발전 정책의 실종과 그로 인한 지방 쇠퇴였다. 코로나 이후 ‘한국형뉴딜’이라는 사회·경제 위기극복 정책 수립 과정에서 ‘지방균형뉴딜’이라는 정책이 추가됐지만, 부동산 위기 극복엔 너무 늦었다.

부동산 위기를 극복하고 지방도시가 번영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지방도시 활성화를 통한 국가균형발전만이 수도권 부동산 위기를 구해 줄 사실상 유일한 해결책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수요·공급 정책만으론 계속되는 부동산 위기를 극복하기는 어렵다. 가격 급등과 규제 완화의 반복은 수도권 집중과 지방 쇠퇴라는 악순환만 낳을 뿐이다.

공공기관, 민간 대기업 본사와 연구소의 지방 이전, 지방대학 지원 사업을 통한 고급인력 양성 지원, 지방도시의 혁신을 지원할 초광역정부(메가시티)에 대한 행·재정적 권한 확대 등 국가의 획기적이며 종합적인 균형발전 정책이 필요하다. 새로 들어설 정부도 현 정부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