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나면 치솟는 기름값… 답답하다” 화물차 기사들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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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가 연일 치솟으면서 화물업계는 유류세 부담을 실질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인근 한 화물차 주차장. 부산일보DB

국내 휘발유 가격이 2000원대를 돌파하는 등 유가가 연일 치솟자 정부가 유류세 인하 연장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화물 업계는 유류세 인하로 화물차 운전사에게 지급되는 유가보조금도 함께 줄어 체감상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본다.

40년 동안 25t 화물 덤프트럭을 운전한 이종대(65) 씨는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는 기름값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며 한숨을 쉬었다. 매일 부산에서 경북 구미, 영천을 오가며 수입 아연 등 철재를 싣고 다니는 이 씨는 하루 동안 약 340km를 달리느라 기름만 150L를 쓴다. 이 씨는 “일 수입 50만 원 중 기름값으로 25만 원을 쓴다”며 “운송료는 그대로인데 기름값만 수입의 50%까지 차지하고 있다. 정부가 유류세를 낮춰도 유가보조금이 같이 낮아지기 때문에 아무 소용이 없다”고 토로했다.

부산 경윳값 L당 1900원대
정부 유류세 인하 연장 카드도
유가보조금 인하로 별무효과
화물업계, 실질적 대책 촉구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부산지역 주유소 경유 가격은 L당 평균 1900.95원으로 전날보다 17.30원 상승했다. 경유 가격은 지난 10일부터 1800원대를 넘섰는데, 일주일도 안 돼 100원이나 오른 것이다. 휘발유 평균 가격도 L당 2003.95원으로 전날보다 10.55원 올랐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고 인하 폭 확대까지 고려하고 있지만 화물차 운전사들의 시름을 덜기엔 역부족이다. 유류세를 인하하면 장기적으로 국내 판매가가 하락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당장은 유류비 환급 명목으로 받는 유가보조금도 함께 낮아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을 완화하기 위해 휘발유, 경유, LPG에 붙는 유류세를 20% 인하하는 조치를 당초 올 4월까지에서 7월 말까지로 3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여기에 인하 폭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가로 검토되고 있다.

화물자동차 유가보조금 관리 규정에 따르면 유가보조금 지급단가는 유류 구매일 현재 유류세액에서 2001년 6월 당시 유류세액(경유 L당 183.21원, LPG L당 23.39원)을 뺀 금액이다. 또 유류세 인하가 적용된 유류는 각 주유소에 재고로 남아있던 유류가 모두 판매되고 난 뒤에야 팔린다. 반면 유가보조금 인하는 즉각 이루어지기 때문에 화물차 운전사들이 당분간 오히려 더 큰 부담을 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11월 12일 우등고속버스·화물차·경유 택시에 대해 유류세를 L당 528.75원에서 423원으로 105.75원 내렸다. 그러나 유가보조금도 345.54원에서 239.79원으로 유류세와 동일하게 105.75원이 인하됐다.

화물업계는 유류세 부담을 실질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대책이 세워지지 않는다면 파업도 강행하겠다고 강조한다. 민주노총 화물연대 백진효 대의원은 “월수입의 50% 이상을 유류비로 부담해야 하는 화물차 운전사들이 대부분이다”며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낮춰 달리거나 장거리 노선을 줄이는 방식으로 기름을 아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화물차 운전사들의 실질적인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지 않고, 현재 기름값 급등 상황이 잡히지 않는다면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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