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강변 문화예술지도] 수영강 따라 문화예술이 흐른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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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폐공장의 문화예술적 변신
둘, 맛집과 함께 즐기는 미술
셋, 미래 만드는 예술 공간

문화로 재생한 F1963과 엘올리브 주변을 중심 축으로 한 수영강변 문화예술지구가 부산의 새로운 문화 관광자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busna.com 문화로 재생한 F1963과 엘올리브 주변을 중심 축으로 한 수영강변 문화예술지구가 부산의 새로운 문화 관광자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busna.com

부산의 새로운 문화예술지구로 떠오르는 수영강변은 복합문화공간 F1963과 레스토랑 엘올리브 주변, 두 개의 중심축을 가진다. 여기에 주택가 골목을 따라 다양한 공간이 들어서며 망미·수영동에 문화예술의 새 물길을 내고 있다.


■문화 품은 공장 ‘F1963’

2016 부산비엔날레 계기로 문화적 가능성 봐

서점·공연장·도서관·갤러리…건축·조경 ‘풍경’


키스와이어센터 내 와이어 뮤지엄은 건축물 자체로 볼거리다. 오금아 기자 키스와이어센터 내 와이어 뮤지엄은 건축물 자체로 볼거리다. 오금아 기자

와이어 공장에서 문화공장으로의 변신. F1963은 ㈜고려제강이 2008년 이전한 수영공장 부지 9만 9000여㎡(3만 평) 활용방안을 고민한 결과물이다. 2013년 부지 뒤쪽 야산에 기업 홍보관과 와이어 뮤지엄으로 구성된 ‘키스와이어센터’가 먼저 만들어졌다. 와이어로 들어 올린 천장, 옥상으로 이어지는 나선형 다리 등 조병수 건축가가 지은 건축물 자체도 볼거리이다. 키스와이어센터 앞쪽에 세워진 고려제강 본사 건물은 주차장 바깥으로 식물이 와이어를 타고 올라가도록 해 사계절 변화를 볼 수 있게 했다.

F1963의 탄생에는 부산비엔날레가 큰 역할을 했다. 창고로 쓰이는 옛 공장 건물이 2016 부산비엔날레 전시장으로 활용되며 주목을 받았다. 회사 성장의 바탕이 된 공장을 보존하고 지역사회와 접점을 찾던 고려제강은 ‘문화에 답이 있음’을 확인했다. 비엔날레 이후 공간 활용을 고민하던 중 홍영철 회장의 제안으로 서점과 도서관을 만들었다. ‘재생’이라는 취지에 맞춰 2017년 ‘예스24 중고책 서점’이 들어왔다. 부산시와 손잡고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으로 전시공연장 ‘석천홀’도 함께 개관했다. 석천홀은 부산문화재단이 연간 150여 일을 사용하고 나머지 기간은 자체 기획전이나 행사를 연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예술도서관 ‘F1963 도서관’은 차분하게 문화와 예술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정종회 기자 회원제로 운영되는 예술도서관 ‘F1963 도서관’은 차분하게 문화와 예술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정종회 기자

2019년 개관한 ‘F1963 도서관’은 미술, 사진, 음악, 건축, 희귀도서를 다루는 회원제 예술도서관이다. 현재 약 200명인 회원에게는 특강과 공연 초대 혜택이 제공된다. 공연 음반이 비치되어 있고, 공장이 설립된 1960년대에 나온 책 전시와 미술 강좌 등도 진행 중이다. 특히 해외 출판사의 클래식 악보를 구입해 악보 구입비에 부담을 느끼는 학생 연주자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한 점이 눈에 띈다.

현대차가 운영하는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은 디자인 중심의 문화공간이다. 정종회 기자 jjh@ 현대차가 운영하는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은 디자인 중심의 문화공간이다. 정종회 기자 jjh@

2018년 ‘국제갤러리 부산점’까지 들어오고 난 뒤 입구에 남은 건물 활용안이 논의됐다. 부산 진출을 준비하던 현대모터스튜디오 측에서 관심을 보였다. 기업 간 협업으로 고려제강이 건물을 짓고,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은 디자인 테마 전시·문화공간으로 운영한다. 지난해 4월 개관한 이곳은 디자이너스 테이블 등 전시 연계 프로그램도 진행해 청년 디자이너들을 부산으로 불러 모은다. 지하 1층에는 연주홀과 연습실을 갖춘 ‘금난새뮤직센터(GMC)’가 들어섰다. 최욱 건축가는 긴 큐브 형태의 건물을 와이어가 들어 올리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1층을 비워 길을 내고, LED 크리에이티브 월을 설치해 디지털 미디어 작품을 연중 상영한다. 건축을 위해 고려제강 홍 회장·현대차 부사장·최욱 건축가·금난새 지휘자가 1년간 정기적으로 회의를 가졌다는 뒷이야기도 흥미롭다.

유리온실은 일반 시민을 위한 북하우스로 운영된다. 정종회 기자 유리온실은 일반 시민을 위한 북하우스로 운영된다. 정종회 기자
달빛가든 전경. 오금아 기자 달빛가든 전경. 오금아 기자

2만 5000㎡ 규모의 F1963에서 조경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대나무 소리길, 단풍가든, 달빛가든에 중정까지 외부 공간도 풍성하다. 특히 달빛가든은 사계절 내내 꽃을 볼 수 있게 했다. 고려제강은 망미초등학교 쪽으로 후문을 내면서 안이 들여다보이는 구조로 벽을 바꾸고 학교 담장도 같이 바꿔줬다. ‘유리온실’은 예술도서관의 책 일부를 일반 시민에게 공개하는 북하우스로 꾸몄다. 옛날 건물을 재생한 ‘화수목’은 망미동 지역에서 영업하던 플라워&가드닝 스튜디오를 F1963 안에 유치한 지역상생형 시설이다. 여기서는 꽃과 식물을 주제로 한 강좌 등이 진행된다.


■강변 따라 미술 ‘엘올리브 갤러리촌’

오브제후드·워킹하우스뉴욕·갤러리이배 등

엘올리브 주변 다양한 색깔의 갤러리 ‘옹기종기’


올 2월 문을 연 갤러리이배에서 바라본 엘올리브 주변 지역. 오금아 기자 올 2월 문을 연 갤러리이배에서 바라본 엘올리브 주변 지역. 오금아 기자

수영강을 마주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엘올리브를 중심으로 새로운 화랑가가 형성되고 있다. 수영강변 갤러리촌 탄생에는 ㈜경일 고영립 회장과 PDM파트너스 고성호 대표, 두 사람이 있다. 고성호 대표는 2002년 이곳에서 PDM파트너스 사옥 공사를 시작했다. 2009년 회사 옆에 엘올리브 레스토랑을 지었다. 고영립 회장은 고 대표가 자신의 양산 자택을 설계한 인연으로 2015년 엘올리브를 인수했다.

엘올리브를 중심으로 문화공간을 품은 건물이 하나씩 들어섰다. 커피드포트, 경일 사옥, 아트부산, 커피덕트, 이디에스 사옥, 갤러리이배까지 총 8개 건물을 고 대표가 디자인 설계했다. 이 중 4개 건물이 미술과 관련 있다.

수영강변에 가장 먼저 들어선 PDM파트너스의 크리에이티브센터. 오브제후드는 중정을 내다보이는 1층이 전시장과 사무실을 두고 있다. 오금아 기자 수영강변에 가장 먼저 들어선 PDM파트너스의 크리에이티브센터. 오브제후드는 중정을 내다보이는 1층이 전시장과 사무실을 두고 있다. 오금아 기자

우선 PDM파트너스 사옥 크리에이티브센터에는 갤러리 ‘오브제후드’가 입점해 있다. 중정이 있는 1층에 전시장과 사무실 두 개 공간을 쓴다. 오브제후드 류경 대표는 전시와 함께 건축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끼는 공간을 찾다 2020년 8월 이곳을 발견했다. 류 대표는 “F1963에 문화공간이 생기고 센텀이나 해운대가 가깝다는 것이 이 지역의 장점”이라고 했다. 오브제후드에서는 전시와 함께 작가들이 영감을 받은 음악가나 전시 테마에 맞는 곡으로 음악회도 개최하는데 반응이 좋다. 크리에이티브센터에는 고 대표가 운영하는 ‘이인아트홀’도 있다.

워킹하우스뉴욕 부산에서 '시그니처 문화공간:드림 트레블러의 방랑자 환상곡' 전시를 진행 중이다. 오금아 기자 워킹하우스뉴욕 부산에서 '시그니처 문화공간:드림 트레블러의 방랑자 환상곡' 전시를 진행 중이다. 오금아 기자

엘올리브 뒤쪽에 있는 경일 사옥에는 2020년 9월 생긴 ‘워킹하우스뉴욕 부산’이 있다. 수이 강 대표가 운영하는 갤러리로 건물 1층과 2층 일부를 쓴다. 뉴욕 리코마레스카 갤러리에서 일했던 강 대표는 부산 미술시장의 가능성에 주목해 부산에 왔다. 지난해 7월 서울 한남동에 갤러리를 열었고 온라인 플랫폼도 기획 중이다. 강 대표는 아웃사이더아트 등 틀을 깨는 예술에 관심이 많다. 그는 “망미동 재개발지역 주민을 위한 도슨트 프로그램도 진행했고, 부산 거주 외국인이나 가족 단위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수영강변이 부산의 새로운 갤러리 집적지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올 2월에 문을 연 갤리리이배. 오금아 기자 수영강변이 부산의 새로운 갤러리 집적지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올 2월에 문을 연 갤리리이배. 오금아 기자

‘갤러리이배’는 올 2월에 문을 열었다. 고 회장이 자신의 땅에 유치한 두 번째 갤러리이다. 그는 “엘올리브를 축으로 해서 고 대표가 이인아트홀을 갖고 있으니, 우리 쪽에는 화랑을 유치해 보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갤러리이배는 과거 마린시티에서 수영교 아래 민락동으로 갤러리를 이사했다. 갤러리이배 배미애 대표는 “해외 아트페어에 나가보면 전시도 중요하지만 갤러리 공간도 중요하게 여긴다”며 “민락동은 상대적으로 교통이 불편해서 이쪽으로 다시 옮겨 왔다”고 했다. 1층은 윈도우갤러리 개념으로 쓰고 2층이 메인 전시장이다. 3층에는 소장품을 전시하고 4층은 커뮤니티 공간이다. 단독 건물이라 갤러리의 색깔을 보여주기 좋고, 창밖으로 보이는 강변 풍광이 좋다. “예술지구는 퀄리티가 있어야 지속성을 가진다”고 강조한 배 대표는 ‘성격 다른 세 갤러리의 집적’이 낼 시너지 효과에 기대감을 표했다.

F1963과 엘올리브 사이에 위치한 아트부산. PDM파트너스 제공 F1963과 엘올리브 사이에 위치한 아트부산. PDM파트너스 제공

‘아트부산’이 망미동에 온 것은 2014년이다. (사)아트쇼부산은 벡스코 내부에 사무실을 쓰다가 지금 위치에 있는 어린이집을 리모델링해서 입주했다. 지하에 전시 공간이 있는데, MZ세대 컬렉터 양성을 위한 미술 세미나 등을 진행한다. 아트부산 관계자는 주변에 갤러리가 늘어나면서 “다른 미술 관계자에게 ‘망미동이 요즘 미술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면서요’ 같은 이야기를 듣는다”고 했다.


■시장 옆 아트 ‘예술하는 작은 공간’

수영팔도시장 일대 청년작가 문화 공간 확산

센텀시티 접근성 좋아 외지 작가들도 관심


수영강변에서 시작한 문화예술지대는 수영팔도시장 인근까지 확장되어 있다. 사진은 수영동 교회 건물에 입주한 공간 힘. 오금아 기자 수영강변에서 시작한 문화예술지대는 수영팔도시장 인근까지 확장되어 있다. 사진은 수영동 교회 건물에 입주한 공간 힘. 오금아 기자

수영강변에서 시작한 문화예술은 수영팔도시장까지 흘러넘친다. 청년작가들이 만든 신생공간 ‘공간 힘’은 망미동과 수영팔도시장 사이에 위치해 있다. 2014년 수영동 교회 건물 4층에서 시작해 3년 뒤 미싱공장이 빠져나간 지하에도 전시장을 열었다. 올해는 비어있던 2층 공간까지 추가로 사용한다. 사회문제를 진지하게 짚어내는 전시를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여성과 노동’ 같은 주제로 작가, 기획자, 연구자가 함께 워크숍도 연다. 대안공간 반디가 문을 닫으며 중단된 ‘부산국제비디오아트페스티발’을 2017년부터 이어 받아 진행하고 있다. 서평주 대표는 “걷는 것을 좋아하는데 수영구를 소개하는 책자를 들고 공간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 보인다”고 했다. 서 대표는 “공간을 여실 분들에게 여기서 같이 하자고 한다”며 “빈집을 활용하거나 임대료를 지원하는 등 문화공간 활성화를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갤러리하나는 2020년 12월에 문을 열었다. 갤러리 소속 딜러로 활동하던 양영국 대표가 독립해서 만든 갤러리다. 위치가 덜 알려져 있지만 전속작가 발굴 등 내실을 다져 찾아오는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갤러리 옆에는 도예가 전영신 작업실도 있다. 망미·수영동 인근에는 장인영, 한재용 등 작가 작업실이 꽤 있다. 갤러리하나 전속인 오지우 작가도 올 초 제주에서 이곳으로 작업실을 옮겼다. 한재용 작가는 “미포에서 수영강 근처로 옮긴 지 10년 정도 되었는데, 다리만 건너면 영화의전당·부산시립미술관 등이 있어 문화적으로 상당히 좋은 입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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