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속도’ 국내 5G, 융합서비스·고도화는 ‘낙제점’
‘세계 최초 상용화’ 등 ‘속도전’을 계속해온 5G 서비스가 ‘융합서비스’와 ‘고도화’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급성장하고 있는 5G 차량관제(커넥티드 카), 네트워크 슬라이싱 등에서 외국 통신사들이 ‘상용화’에 앞서가는 모습이다.
글로벌 시장분석 기관인 오픈시그널이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이동통신 다운로드 속도(3G, 4G, 5G 등 모두 포함)는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129.7Mbps를 기록했다. 2위인 노르웨이(78.1Mbps)를 크게 앞서는 압도적인 1위다. 오픈시그널의 3월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5G 다운로드 속도는 평균 438Mbps로 대만(263.1Mbps) 등 경쟁국가에 크게 앞섰다.
이동통신 다운로드 속도 압도적 1위
커넥티드 카 서비스 상용화 부진
네트워크 슬라이싱도 외국에 뒤져
B2G·B2B 융합서비스 발굴해야
이처럼 한국 5G가 속도에서 앞서 나가고 있지만 5G를 활용한 융합서비스 상용화에선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5G 통신망을 차량에 연결하는 커넥티드 카 서비스의 경우 국내 사업자들이 기술 개발에 머문 상황에서 미국에선 상용화가 시작됐다.
커넥티드 카는 차량을 이동통신망에 실시간으로 연결해 길 안내는 물론 영상과 음악 등 각종 콘텐츠를 이용하고 비상시에는 긴급 구조 요청까지 지원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5G 자동차는 커넥티드카 시장 판도를 바꿀 중요한 변수 중 하나”라면서 “2025년에는 전 세계 자동차 4대 중 1대는 5G로 연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5G 커넥티드 카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미국 통신사인 T모바일은 최근 BMW 차량에 제공되는 5G 커넥티드 카 상품을 출시했다. ‘마젠타 드라이브’라고 불리는 이 서비스는 월 20달러에 무제한 음성통화와 무제한 5G데이터, 와이파이 핫스팟 서비스를 제공한다. 마젠타 드라이브는 BMW 차량에 장착된 안테나와 e-sim으로 연결되며 T모바일의 저대역(600Mhz), 중대역(2.5Ghz) 주파수를 모두 사용한다.
국내에서도 커넥티드 카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5G 서비스로 확대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통신 3사는 국내외 커넥티드 카 업체와 파트너십을 만들어 기술 개발에 나섰지만 5G 커넥티드 카 요금제 등 상용화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5G 커넥티드 카 속도전에서 한국이 뒤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현대자동차의 커넥티드 카 점유율도 선두 업체들에 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25년 커넥티드 카 시장 점유율을 예상하면서 폭스바겐이 16.41%로 1위, 토요타가 점유율 11.87%로 2위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자동차는 8.55%로 제너럴모터스(8.79%), 르노 닛산 얼라이언스(8.59%)에 뒤진 5위로 예상됐다.
자율주행차 등 5G 융합서비스를 위한 핵심 기술인 네트워크 슬라이싱도 해외 사업자들이 앞서가는 모습이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은 1개 통신망을 여러 개 가상망으로 나눠 통신 품질과 속도를 높이는 기술로 자율주행차 등을 위해 필수적이다. 국내에선 KT가 5G SA 서비스를 시작해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지만 아직 통신망 분할 서비스를 상용화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스웨덴 통신장비업체 에릭슨은 최근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통해 소비자가 5G 통신 품질을 높일 수 있는 앱(Ericsson Dynamic End-user Boost)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에릭슨은 이 앱에 대해 “부스트 버튼을 누르면 사용자가 통신망 품질을 조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에릭슨은 홍콩의 통신사업자인 스마톤(SmarTone)이 세계 최초로 자사의 네트워크 슬라이싱 앱을 서비스하는 업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5G 융합서비스 지연 문제가 부각되면서, 정부와 정치권도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15일 열린 정부의 ‘5G 융합서비스 프로젝트 사업 설명회’에서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했지만, 국민 체감 서비스나 산업 활성화가 미비했다”며 “5G와 정보통신기술(ICT)를 활용해 B2G, B2B 융합서비스를 발굴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대선 과정에서 ‘자율주행차, 로봇 등 차세대 디바이스에서 5G 서비스 제공’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