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발 원자잿값 상승 후폭풍… 가전제품 가격 ‘고공행진’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한 원자잿값 상승으로 삼성·LG전자 등의 가전제품의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20일 삼성전자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원자재 구입에 103조 7000여억 원을 지출했다. 삼성전자가 원자재 구입에 100조 원 이상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전년(87조 2000여억 원) 대비 19%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특히 TV용 디스플레이 패널 구입비는 2020년 5조 4000여억 원에서 지난해 10조 5000여억 원으로 배 가량 증가했다.
가전업체, 원가 부담 대폭 증가
관세 인하·공급망 다변화 필요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 사업부는 지난해 TV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가전 외장에 사용하는 철강 등 원자재 구입에 31조 5000여억 원을 사용했다. 지난해 올린 매출 55조 8000여억 원의 약 57%를 원자재 구매에 쓴 것이다. 이는 전년도 원자재 구입비 48%에 비하면 9% 가량 늘어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6년 연속으로 글로벌 TV 시장 1위를 내세웠지만, 이 같은 원가 부담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LG전자도 지난해 철강, 레진(수지), 구리 등의 구입에 전년 대비 50~70% 더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원자잿값 인상은 올들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달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만에 50.5% 올랐고, 같은 기간 알루미늄과 니켈 가격도 각각 23.6%, 23.4% 상승했다.
LG전자는 지난해 미국 월풀을 제치고 매출에서 글로벌 가전 1위를 기록했지만, 수익성은 나빠졌다. 지난해 매출은 약 74조 7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28.7%나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약 3조 8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 감소한 것이다. 이에 따라 양대 가전의 제품 가격도 오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TV 평균 판매 가격을 전년 대비 약 32% 올렸고, LG전자도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을 각각 10% 가량 인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자재의 글로벌 공급망이 영향을 받으면서 올해 가전업체들의 원가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면서 “가전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도 증가하는데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세 인하와 가전업체들의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동진 기자 djb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