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무상 편의 제공한 대가가 토지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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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북구청이 공원 조성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개인 소유의 토지를 임의로 분할하고 토지수용을 통보하자 토지 소유주가 ‘일방적인 행정’이라며 반발한다. 북구청 측은 국비가 투입되는 사업인 데다 법적으로 문제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20일 북구청 등에 따르면 북구청은 만덕동 산 77-7번지 인근에 ‘만덕고갯길 경관 개선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7월 A 씨 소유의 만덕동 산 77-1번지를 분할해 산 77-7번지로 지정하고 이를 도시계획시설(공공공지)로 고시했다. A 씨는 이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고, 올 1월 북구청으로부터 토지를 수용하겠다는 내용의 손실보상계획통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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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덕고갯길 경관 개선사업은 국토부 ‘개발제한구역 주민지원사업 환경·문화사업’의 일환으로 14억 4000만 원(국비 12억 9600만 원, 국비 1억 44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내년 6월까지 4372㎡ 규모의 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녹지 조성, 전망대 설치, 주차장 건설 등이 사업 내용에 포함됐다.

A 씨는 1997년께부터 산 77-1번지의 일부를 북구청 측이 화장실, 주차장 등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북구청은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는 토지를 분할하고 사용 중이지 않은 토지에 대해서만 토지수용을 통보했다. A 씨는 해당 토지는 가족들이 직접 나무를 심는 등 오랫동안 가꿔온 소중한 토지라면서 북구청에 항의했지만 법적으로 문제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예산지원 주체인 국토부도 2020년 공모 선정 과정에서 PPT 평가, 현장방문 평가 등을 통해 북구청에 토지수용과 관련한 조치사항 등을 요구했지만, 북구청 측은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해 사유지를 매입하겠다는 내용의 답변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북구청의 태도에 대해 A 씨는 ‘막무가내식 행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한다. 특히 지난 25년간 북구청이 자신의 토지를 무상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했지만 결국 강제수용이라는 결과만 돌아왔다면서 항의하고 있다.

A 씨는 “지금까지 토지를 무상 이용하게 해준 점에 대한 감사는커녕 법적으로 문제 없으니 받아들이라는 북구청의 태도에 대해 몹시 화가 난다”면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사전에 연락해 협의를 거쳐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공짜로 쓰고 있는 곳은 계속 공짜로 쓰고, 나머지 토지에 대해서만 수용하는 행태는 구청에 편의를 봐준 사람이 불이익을 당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북구청은 한정된 예산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가장 적합한 토지를 선택했을 뿐이고, 감정평가 등 토지수용 절차는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북구청 건설과 관계자는 “공모사업을 준비하면서 여러 부지에 대해 검토한 결과 해당 토지가 가장 적합한 것으로 평가됐다”면서 “토지 수용은 불가피하고 보상 비용 등에 불만이 있는 경우 중앙토지수용위원회 등의 절차를 통해 충분히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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