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감염’ 해양대 기숙사 전원 퇴소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한국해양대 기숙사에서 결국 모든 학생이 퇴소하게 됐다. 학생 안전보다 규정을 앞세운 대학의 늑장 대응 탓에 확진자가 폭증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8일 부산 영도구 한국해양대에 따르면 해사대학 기숙사인 ‘승선생활관’에 입소한 학생 1532명 중 코로나 확진으로 치료 중인 269명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 모두에게 이날 귀가 조치가 내려졌다.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기숙사생 중 코로나 누적 확진자는 459명이다.
앞서 지난 16일 기숙사 입소 학생 중 약 25%에 달하는 386명이 집단 감염되자 학생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등 대학 측의 부실 대응을 질타하며 기숙사 퇴소를 요구했다. 그러나 해양대 측은 관련법상 기숙사 퇴소는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립학교설치령에 따르면 한국해양대 해사대 학생은 재학 중 승선생활관에서 생활훈련을 받아야 하며, 생활관비는 국비로 지급된다.
그러나 이틀 만에 100여 명이 추가 감염돼 누적 확진자가 500명에 육박하자 18일 해사대학은 긴급 학무회의를 열고 학생들을 2주 동안 귀가시키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재 확진돼 치료 중인 학생이나 가정 내 확진자가 있어 귀가하기 어려운 경우를 제외한 모든 기숙사생은 이날부터 4월 3일까지 기숙사 생활을 중단한다. 한국해양대 관계자는 “법에서 학비 보조의 근거로 승선생활관 입소를 규정하고 있지만, 코로나 등 비상 상황에서는 재량껏 해석이 가능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학교 측 대처가 한 박자 늦었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한국해양대 총학생회 홍승표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학본부의 대처에 대해 많은 학생이 불만을 제기해 왔다”며 “당연히 이뤄졌어야 할 조치가 취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유학생 등 불가피하게 기숙사에 잔류해야 하는 학생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해사대학에 다니는 한 외국인 유학생은 “코로나 걱정은 되지만 당장 집에 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어쩔 수 없이 기숙사에서 비대면 수업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우·손혜림 기자 fri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