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새 둥지가 왜”… 김해 연지공원 분수대 재가동 ‘왜가리 변수’
경남 김해시의 대표적 도심공원인 연지공원 내 음악분수대에 둥지를 튼 ‘왜가리 가족’이 집을 잃을 위기에 직면해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코로나19로 중단했던 분수대 가동을 재개하기로 결정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김해시 내외동 도심 속에 위치한 연지공원의 호수 중심에는 노즐 299개가 설치된 대형 음악분수대가 있다. 이 분수대는 해마다 3월에서 10월까지 하루 3차례씩 음악과 빛이 어우러진 분수를 선보여 시민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운영 중단한 사이 둥지 틀어
시 “보호책 마련 뒤 정상 가동”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 코로나19 사태로 운영이 잠정 중단됐다. 그러는 사이에 분수대 노즐 한켠에 왜가리 한쌍이 둥지를 틀었다. 왜가리는 이맘때 둥지에 부화를 하거나 새끼를 기르는 시기지만, 둥지 속 왜가리의 부화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조류전문가들은 “왜가리는 특성상 주로 사람의 시선이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둥지를 틀지만 이 곳에 둥지를 틀고 활동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으로 보인다”는 반응이다.
이 왜가리 가족에게 안타까운 일이 생긴 것은 김해시가 방역수칙 완화 등에 따라 그동안 중단됐던 분수대 운영을 이달말 부터 재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분수대 재가동을 위한 준비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세찬 물줄기가 쏟아져 나오자 왜가리 가족이 갑자기 물벼락을 맞고 말았다.
이날 이를 목격한 일부 시민들이 즉각 김해시에 민원을 제기했고, 시가 작업을 중단하면서 왜가리 가족의 피해는 30여분만에 가까스로 멈췄다.
이날 현장에서 이를 목격한 20대 시민은 “평소 탐조를 즐기는데, 이날 연지공원을 찾았다가 현장을 목격했다”며 “분수대 재가동 준비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왜가리 둥지를 사전에 확인하지 못했는지 의아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또 “향후 왜가리도 보호하고 분수시설도 함께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시의 조치로 왜가리 가족이 물벼락을 맞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왜가리 둥지가 분수대 노즐 중에서도 큰 물줄기가 나오는 곳에 있어서 둥지를 유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김해시는 왜가리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시는 우선 조류 전문가와 함께 현장을 답사해 왜가리 가족의 활동여부 등을 파악한 뒤 보호 조치 등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김진현 김해시 공원녹지과장은 “연지공원 분수대 재개동을 위한 준비 작업을 하던 중 ‘왜가리 둥지’를 인지했다”면서 “왜가리의 서식 여부 등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보호책을 마련한 다음에 분수대를 재가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태백 기자 jeong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