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꿀벌이 사라진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 1~2월 전국적으로 77억 마리 이상의 꿀벌이 사라지거나 떼죽음을 당했다. 피해를 본 벌통은 39만 통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남 전북 경북 경남 제주에서 특히 피해가 컸지만 충남 강원 경기 등의 피해도 작지 않았다. 양봉업자들은 이처럼 꿀벌이 대규모로 사라지는 사태는 처음이라며 놀라고 있다.
꿀벌 실종 사태는 지금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꽤 오랜 기간 진행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06년 갑작스러운 꿀벌 대량 실종 사건이 처음 보고됐다. 꿀을 따러 나간 일벌 무리가 돌아오지 않으면서 벌집에 남은 여왕벌과 애벌레가 떼로 죽는 ‘벌집 군집 붕괴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후 미국 꿀벌의 개체 수는 40%가량 감소했다고 한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2017년 유엔은 전 세계 야생벌의 40%가 멸종 위기에 처했고, 2035년께 꿀벌이 멸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꿀벌이 사라지는 데 대해선 여러 설이 있다. 살충제 같은 농약이 문제라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꿀벌에 자생하는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지구 자기장을 이용해 방향을 인지하고 이동하는 꿀벌이 휴대폰 같은 무선통신 장비의 전자파 때문에 혼선이 생겨 집에 되돌아가지 못한다는 가설도 있다.
근래 유력하게 지목되는 건 지구온난화다. 유난히 따뜻한 겨울이 이어지면서 봄이 되어도 꽃이 피지 않아 결국 벌들이 굶어 죽었거나, 따뜻하다가 갑자기 추워지는 등 이상기후에 꿀벌들이 적응하지 못해 사라졌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어느 경우든 확실하게 밝혀진 건 없다. 어쩌면 이 모든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원인이 무엇이든 두려운 건 꿀벌이 없으면 사람도 못 산다는 사실이다. 꿀벌은 곤충이 아니라 가축으로 취급된다. 양봉업을 축산업으로 분류하는 이유다. 축산업에서 꿀벌의 경제적 가치는 소, 돼지에 이은 3위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농작물의 75%가 꿀벌 등의 꽃가루 매개 활동에 의존하며, 꿀벌이 사라지면 세계의 식량 생산이 현재의 29% 수준으로 감소한다. 이 때문에 꿀벌은 ‘대체 불가능한 생물’로 불린다.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지구에서 꿀벌이 사라지면 인간도 4년 이내에 사라진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 주장이 점점 현실로 판명되는 것 같다. 몹시도 무섭다.
임광명 논설위원 kmy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