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교육감 선거, 첫 ‘양자 대결’ 구도
2007년 직선제 후 진보-보수 첫 맞대결 분위기 고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7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부산시교육감 선거 분위기도 점차 고조되고 있다. 3선에 도전하는 김석준 현 교육감에 맞서 먼저 예비후보로 등록한 하윤수 전 부산교대 총장이 21일 선거사무소를 차리고 본격적인 선거 운동에 들어간다.
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3시 부산진구 부전동에서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갖는다. 하 전 총장은 그동안 공동대표를 맡으며 활동 기반으로 삼았던 ‘포럼 교육의힘’의 사무실 간판을 내리고 같은 자리에 규모를 확장해 선거 체제로 전환한다. 하 전 총장은 지난 18일부로 제37대 한국교총 회장에서도 물러났다. 당초 임기는 오는 6월 20일까지였으나, 교총 회장직을 유지하면서 선거를 치르기는 무리라고 판단해 일찍 사의를 표명했다. 하 전 총장은 “회장직을 그대로 둔 채 선거에 임하는 것은 도의적으로도 맞지 않다”며 “부산교육이 대한민국 교육의 중추적인 메카가 돼야 한다는 각오로 이번 선거에 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교육감 3선 도전 의지
이른 등판 대신 직무에 충실
전교조, 후보 안 내고 정책 제언
지난달 11일 북콘서트에 이어 14일 예비후보로 등록하며 가장 먼저 선거 채비를 갖춘 하 전 총장은 앞으로 학부모 등 시민 간담회를 통해 현장 의견을 청취하고 인지도 끌어올리기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일찌감치 3선 도전 의지를 밝힌 김 교육감은 선거일인 6월 1일을 한 달쯤 앞두고 예비후보 등록을 할 것으로 보인다. 등록과 함께 교육감 직무는 정지되며, 시교육청은 부교육감 권한대행체제 전환된다. 당초 대선 결과에 따라 이른 등판이 예상되기도 했던 김 교육감은 학교 현장의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점 등을 고려해 교육 수장으로서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교육감은 현직으로 동일 선거에 출마하기 때문에 공직자 사퇴 대상이 아니다. 4년 전 재선 때도 선거일을 한 달 앞두고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김 교육감은 “예비후보가 되면 교육청을 나가야 하기 때문에 책임을 맡은 상황에서 너무 일찍 선거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우선 학교 현장이 안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교육감은 최근 오미크론 확산 속에 새 학기가 개학하자, 유치원과 초·중·고교를 두루 방문해 방역상황을 점검하는 등 하루 3~4개씩 일정을 소화하며 현장 챙기기에 집중하고 있다.
정당 후보 추천이 아닌 교육감 선거 특성상 언제든 새로운 후보가 나설 수 있지만 현재로선 김 교육감과 하 전 총장의 2파전으로 좁혀지는 분위기다. 진보 진영에서는 그동안 김 교육감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었던 전교조 측에서 후보를 낼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전교조 부산지부는 직접 출마보다는 현장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 제안’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 전 부산교대 총장 출사표
21일 사무소 차리고 선거 체제
보수 진영 타 주자 불출마 의사
보수 진영에선 지난해 단일화 과정에 참여했던 함진홍 전 신도고 교사와 박수종 전 광명고 교사 등에 대한 출마 여론도 있지만, 본인들은 불출마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함 전 교사와 박 전 교사는 하 전 총장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보수교육감 당선에 힘을 보탠다는 계획이다.
만약 부산시교육감 선거가 현 구도대로 굳어지면, 역대 처음으로 범진보-범보수 간 ‘양자대결’이 펼쳐지게 된다. 전국 첫 직선제였던 2007년 부산시교육감 선거에선 5명이 출사표를 냈고, 2010년 9명, 2014년 7명, 2018년 4명 등 지난 4차례 선거는 모두 다자대결이었다.
지역방송 3사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올해 1월 2일까지 부산지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부산시교육감 적합도 조사에서는 김 교육감 16.0%, 하 전 총장 6.5%, 박한일 전 한국해양대 총장(4.6%·불출마 선언) 등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