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의료 인프라·천혜 자연환경 연계 땐 ‘K메디 허브’ 잠재력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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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장-의료기관장 부산 서구 특구 전략 좌담회

공한수 부산 서구청장

전국 최고 수준의 의료 인프라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부산 서구가 의료관광 특구 지정을 디딤돌 삼아 한국의 대표 의료산업 허브로 비상하기 위해 힘찬 날갯짓을 시작했다. 이에 부산일보는 지난 15일 서구청 대회의실에서 ‘글로벌 의료관광 중심 도시,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주제로 지자체장과 의료기관장이 특구 지정 후 처음으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공한수 서구청장, 이정주 부산대병원장, 안희배 동아대병원장, 오경승 고신대복음병원장, 최명섭 삼육부산병원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사회는 김병군 부산일보 의료산업국장이 맡았다.



-후발주자인 서구가 경쟁력 있는 의료관광 특구를 만들려면 어떤 차별화된 콘텐츠와 비전이 필요할까?

△이정주(부산대병원장)=의료 특구라고 하면 외국인들이 국내에 체류하면서 진료 받고 관광하는 의료관광 분야만 염두에 두기 쉽지만 실제 산업 유발 효과나 지역 경제 부흥을 고려한다면 의료바이오 클러스터에 더 큰 가치를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의료관광과 바이오헬스 육성이라는 투 트랙으로 접근하면서 지자체와 산업계, 대학, 병원이 협업해서 차별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산시의 역할도 중요하다.

△안희배(동아대병원장)=서구는 대학병원 3곳과 종합병원 1곳 등 전국 최고 수준의 의료 인프라를 보유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 수도권 병원과 경쟁하려면 이들 3개 대학병원이 의료 인프라를 공유하면서 의료관광을 활성해해야 하는데, 이를 유기적으로 조율해줄 수 있는 플랫폼을 서구청에서 운영해줬으면 한다. 또 서구에는 환자들이 체류하면서 힐링할 수 있는 뛰어난 해양관광자원이 많은 만큼 이런 프로그램을 잘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

△최명섭(삼육부산병원장)=다양한 스펙트럼의 환자를 받아야 하는데 의료관광 분야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것이 건강검진이다. 실제 수도권 병원들은 미국 한인회 등과 연계해 건강검진이 포함된 관광상품을 판매한다. 건강검진을 통해 암이 진단되면 이들 환자를 대학병원과 연결시켜주는 등의 방식으로 중증환자도 유치할 수 있다. 해외 여행사들과 연계해 해양스포츠 등이 포함된 양질의 관광상품을 만들어야 외국인들이 찾아온다.

△오경승(고신대복음병원장)=서구는 흰여울문화마을과 감천문화마을이 인접해 있고, 100년 이상된 공설해수욕장인 송도해수욕장이 있다. 이들 천혜의 자연과 관광자원을 잘 연결하고 20~30대들이 찾아다닐 만한 맛집도 적극 개발해야 한다. 내국인 뿐 아니라 재외 한국교포 등도 타깃으로 해야 하는데 부산에는 24시간 운영하는 국제공항이 없어 이들이 서울로 간다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다. 따라서 관련 인프라 확충에 힘을 모아야 한다.

△공한수(서구청장)=기존 의료 특구 중 서울 강서·영등포구는 척추·화상 전문질환 중심이고, 대구는 뷰티와 안티에이징 중심이다. 서구는 암, 뇌심혈관 등 중증 치료 중심의 의료 특구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의료관광은 경증보다는 중증 환자 치료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증 외국인 환자 유치, 의료 연구산업 클러스터 구축, 관광과 힐링이 결합된 웰니스 관광서비스 제공 등 3개 특화 분야를 중점으로 특구 전략을 짜나가겠다.



-해외 환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현장에서 애로점들이 많을 텐데, 특구 지정을 계기로 어떤 점이 보완돼야 하나?

△안희배=해외 중증 환자들을 끌어오려면 이들이 서구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관광 에이전시를 지렛대로 활용해야 하는데, 타깃 도시에 가서 현지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에이전시를 시나 구에서 적극 발굴해야 한다. 간병인, 보호자가 저렴하게 묵을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도 제공할 필요가 있다. 해외 병원이나 의사회와 협약을 맺어 우리 의료 수준을 알리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정주=의료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 여행사·에이전시, 지자체의 3개 축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역할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병원 입장에서는 우수한 의료 기술이나 서비스에 대해서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할 수 있다. 요즘은 에이전시나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해외 환자들이 직접 병원을 찾아오기도 한다. 부산시 차원에서 의료기관과 에이전시를 시스템으로 엮을 수 있는 온·오프 공존의 장을 마련해주면 좋겠다.

△오경승=외국의 환자들이나 재외교포들이 서구 의료관광 특구 내 대학병원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 개별 병원 차원에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지자체와 협력을 통해 국제진료센터를 활성화하는 등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또 3개 대학병원 별로 강점이 있는 분야를 특화해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 래플스 병원은 샴쌍둥이 수술로 유명해지면서 해외 환자들이 알아서 찾아간다.

△최명섭=우즈베키스탄 등의 병원을 다녀보면 상당히 좋은 의료 기기를 들여 놓고도 의료진의 기술 부족으로 제대로 수술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의료 수준이 뛰어난 한국의 의료진을 끌어들이고 싶어 한다. 이 때문에 대학병원들이 우수한 기술과 인력을 바탕으로 저개발국가에 가서 의료기술을 전파하고 봉사 활동을 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병원을 알리고 해외 환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공한수=외국인 환자 유치에서 해외 홍보 마케팅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우수 의료기술을 갖고 있어도 해외에서 잘 알지 못하거나 신뢰 못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구는 대한민국 정부가 인정한 고품격 의료관광도시라는 브랜드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해외 홍보를 통해 서구의 인지도를 높여 나가겠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현지 설명회와 모바일 플랫폼, 24시간 상담센터, 의료관광 팸투어 등을 통해 서구 의료관광을 널리 알리겠다. 또 이태석 신부와 장기려 박사의 나눔 의료 실천을 기리는 국제적인 의료관광 축제를 개최해 국제관광도시로서의 위상을 확립해 나가겠다.



-서구 의료관광 특구를 활성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나 제언은?

△최명섭=웰빙시대에 맞춰 의료 스펙트럼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만성 질환은 수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치료한다. 생활의학 개념을 접목해 음식, 운동, 요양 등을 망라해 환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서구에 건강하게 오래 사는 장수촌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주민들에게도 이익이 돌아가야 지역 사회의 호응을 얻을 수 있고 의료관광특구가 성공할 수 있다.

△안희배=단기와 중장기 계획이 섞이면 들이는 노력에 비해 결과물이 없을 수도 있다. 바이오산업을 예로 들면 화장품이나 뷰티 산업은 3개 병원이 협업해 충분히 아웃풋을 만들어내고, 여기에 서구 브랜드를 붙일 수 있다. 또 크루즈 관광객들이 부산에 3~4시간 머물다 떠나는데 건강 검진 등과 연계해 이들이 하루 동안 체류하도록 하면 지역 관광산업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이정주=많은 환자를 보는 것보다 백신을 만드는 게 훨씬 부가가치가 크다. 이 때문에 바이오헬스와 관련 R&D(연구개발) 산업 육성이 중요하고, 관련 기업 유치도 필요하다. 수도권에 몰려 있는 바이오업체들을 부산에 유치하려면 철저한 기획과 준비가 필요하다.

△오경승=코로나 사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기존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하다. 해외 환자들의 출입국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대면 진료보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화상·비대면 진료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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