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관광객 외면, ‘부네치아’ 이름 무색한 장림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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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침체에 빠졌던 부산 관광업이 요즘 들어 희미한 회복 기미를 보인다고 한다. 하늘길이 조금씩 열리면서 업계의 기대감도 점차 높아지는 모습이다. 그러나 정작 부산의 관광지나 관광시설이 관광객들에게 후회 없는 만족감을 줄 것인지에 대해선 대답이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다. 최근 부산 사하구청이 대대적인 관광인프라 구축 방침을 밝힌 장림포구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 준다. 지난 10년간 무려 수백억 원의 예산을 쏟아붓고도 아직 관광지로서 입지 확보는 요원한 실정이다. 종합적인 분석 없이 예산만 투입하는 식의 관광활성화 사업이 지역에 무슨 도움이 될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10년간 수백 억 예산에도 관광객들 냉담
교통 문제·테마 발굴 등 근본 문제 고쳐야

장림포구는 하나둘씩 들어선 이색 건축물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광이 소문나면서 부산의 베네치아인 ‘부네치아’로 불리기 시작했다. 관광인프라 가능성이 엿보이면서 사하구청은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 그동안 ‘선셋 전망대’를 만들고 야간경관 사업과 포토존 조성에 2012년부터 10년간 총 125억 원을 들였다. 그럼에도 장림포구는 여전히 관광지로서 존재감 확보에 실패한 모습이다. 열악한 접근성에다 단순 포토존 외에 다른 즐길 거리가 없는 단점이 발목을 잡았다. 그런데 정부의 ‘어촌뉴딜300 사업’에 선정된 장림포구에 또 2024년까지 70억 원이 투입된다고 한다. 돈만 쏟아붓는 이런 사업에 벌써 시민들부터 냉담하다.

사업이 본격화하기도 전에 시민들이 이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은 무려 200억 원의 예산 투입에도 차별화된 계획이 안 보이기 때문이다. 열악한 교통 인프라 확충이나 최근 추세를 고려한 테마형 아이템 없이 관광지로서 차별성을 갖기는 어렵다. 관광객들이 머무르지 않고 금방 떠나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러니 지역 상인들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다. 돈만 들이고 관광객 유인 효과는 없으니 반응이 시큰둥할 수밖에 없다. 사실 이는 장림포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산관광 전체로 보아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부산의 명승지 몇 곳을 빼고는 볼거리·즐길 거리가 없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관광객 유치를 통해 지역 활성화를 꾀하려는 지자체의 노력은 평가하지만, 적어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다면 분명한 성과를 내야 한다. 장림포구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수백억 원의 예산에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 이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나 개선책도 없이 또 예산만 투입한다면 누가 수긍하겠는가. 체험형 즐길 거리 부족, 교통 문제 등 근본부터 하나하나 갖춰야지, 겉만 그럴듯하게 꾸민다면 요즘 세상에 외면받기 십상이다. 오랜 코로나 사태가 터널 끝을 향하면서 국내외 여행 수요가 점차 고개를 드는 시점이다. 향후 정상화될 부산관광을 위해 부산만의 차별성을 어떻게 확보할지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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