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당선인, 조건 없이 하루빨리 만나라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첫 만남이 무산된 이후 회동 지연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청와대가 ‘집무실 용산 이전’ 논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전향적인 입장을 내놨다가 다시 "새 정부 출범 전까지는 이전 계획이 무리"라고 밝혔다. 첫 회동이 무산된 뒤로 원활한 정권 이양을 기대하는 민심을 저버렸다는 비판이 거셌던 터였다. 선거일 이후 10일 이내에 신구 정권 양쪽이 만났던 그동안의 관행은 깨진 지 오래지만 더 이상 시간이 길어지면 곤란하다. 갈등으로 읽힐 국면이 장기화하는 것은 문 대통령이나 윤 당선인 양쪽 모두에게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런 때일수록 두 사람이 조건 없이 만나 냉각된 정국을 수습해야 한다.
자존심보다 나라와 국민이 먼저
순조로운 정권 이양 상호 협력을
21일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회동을 위한 실무 조율에 들어갔다는 소식은 그래서 반가운 것이다. 조만간 일정 합의 소식이 들려오기를 기대한다. 물론 인사와 사면 문제, 집무실 이전 의제 등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다. 첫 회동 무산의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면이나 인사는 정권 교체 국면에서 대단히 민감한 사안임에 분명하다. 윤 당선인 측이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거론한 데 대해 청와대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을 언급했다며 불만을 내비쳤다. 서로의 입장만 내세우면 갈등이 촉발되는 건 당연지사다. 양쪽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아 회동 일정 잡는 게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나오는데,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하지만 의제를 놓고 미리부터 갑론을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회동 지연이 길어지는 것도, 신구 권력이 힘겨루기 형태를 띠는 것도 옳지 않다. 대통령이나 대통령 당선인이나 그동안 누누이 강조해 온 국민 통합과도 거리가 먼 일이다. 일단 서로 양보해 대승적 차원에서 회동 일정을 잡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는 게 먼저다. 앞서 문 대통령이 “회동에 조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고, 윤 당선인 측도 “국민 보시기에 바람직한 결과를 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더 늦기 전에 만나 코로나19 등에 지친 국민들을 위로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회동이 이뤄지기만 하면 주요 의제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직접 머리를 맞대고 협의할 수 있다고 본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누그러졌다고는 하나 확진자가 여전히 하루 30만 명이 넘고 북한은 연일 미사일을 쏘아 올리는 위기 상황이다. 안팎의 위기가 고조되는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통합과 협치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국민들에게 힘을 주지는 못할망정 불안과 실망을 안겨서야 될 일인가.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신구 권력 양쪽이 겸손과 예의를 갖춘 자세로 조속한 회동 성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순조로운 정권 이양은 정파를 넘어선 국격의 문제다. 자존심보다 나라와 국민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