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격리자 치료약 배송 우리가”… ‘심부름 앱’ 틈새 인기
부산에 혼자 사는 김 모(29·수영구 광안동) 씨는 지난 15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막막해졌다. 병원에서 비대면 진료 후 약을 처방 받았지만 정작 약을 가져올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 출신인 김 씨는 주변에 약이나 식료품을 전해줄 가족이나 지인도 없었다.
인근 약국에 사정을 설명하자 퀵 배송을 권했다. 김 씨는 배송비 7000원을 내고 30분 만에 약을 받을 수 있었다. 그는 “퀵 배송이 없었다면 제때 약을 못 받을 뻔했는데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재택치료환자가 급증하면서 김 씨처럼 퀵서비스나 심부름 앱을 통해 약을 배송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1인 가구나 가족 전원이 확진되는 경우 외출 길이 막힌 이들에게 퀵서비스와 심부름 앱은 거의 유일한 ‘물품지급 통로’가 됐다.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보건소 처방약 배달이 늦어지면서 공공보건소 자리를 민간 서비스 플랫폼이 대체해버린 상황이다.
53% 코로나 관련 심부름 요청
1인 가구·가족 확진자 주로 이용
외출길 막힌 상황 유일한 통로
수요 증가로 심부름 업체 늘어
오배송으로 인한 부작용 우려도
21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민들이 동네 병·의원에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면, 비대면 진료를 통해 약을 처방 받은 뒤 가족·지인 등을 통해 전달 받는다. 1인 가구 등 약 수령이 어려운 재택치료환자는 보건소나 지자체에 신청하면 무료로 배송을 받을 수 있지만, 확진자 급증으로 배송이 지연되는 탓에 ‘치료 골든타임’ 내 약을 전달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21일 0시 기준 부산지역 재택치료자는 12만 8694명으로 한 달 전인 지난달 21일 0시 기준 3만 3732명보다 3.8배나 증가했다. 한 달 만에 재택치료자가 9만 명 이상 늘면서, 보건소의 처방약 배송 업무도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외출이 막힌 재택치료환자들이 찾은 자구책은 심부름 대행앱과 퀵서비스다. 실제로 재택치료환자가 급증한 최근 두 달 새 관련 플랫폼 이용자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대표적인 심부름 앱 ‘급구’는 지난해 12월 대비 올 1월과 2월 매출이 60% 가량 증가했다. 전체 배달 요청에서 처방약 수령이나 생필품 구매 등 코로나 관련 요청이 53%를 차지한다.
‘급구’ 앱을 운영하는 ‘니더’ 신현식 대표는 “재택치료환자가 늘어난 최근 두 달 간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었는데 대부분은 코로나19 관련 요청”이라며 “혼자 살거나 가족이 전부 확진돼 외출이 어려운 경우 ‘대리 외출’을 위해 심부름 앱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코로나 관련 배달 수요가 늘어나며 심부름 서비스도 우후죽순 늘고 있다. 심부름 앱 ‘급구’는 단기 아르바이트 매칭을 넘어 올 1월부터 전문 심부름 서비스 ‘해줄사람’을 새로 시작했다. ‘해줄사람’은 주변에 필요한 물품을 대신 구매하고 배달까지 해주는 서비스로, 대행료는 건당 4000원 정도다.
처방약의 대리 배송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오배송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영구 광안동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김민정(35) 약사는 “배달기사 한 명이 여러 환자의 약을 배송하는 경우가 잦다”며 “오배송으로 약이 잘못 전달될 경우 처방과 다른 약을 복용해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