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춘 정계 은퇴 선언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전격적인 정계 은퇴로 두 달여 남은 6·1 지방선거 구도가 크게 출렁일 전망이다. 쇄신의 신호탄이 더불어민주당을 넘어 국민의힘까지 영향을 끼쳐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새로운 인물이 대거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10년간 부산 민주당의 간판 역할을 하던 김영춘 전 해수부장관의 정계 은퇴는 86(80년대 학번·60년대 생) 운동권 세대의 퇴장이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와 우상호 의원, 김태년 전 원내대표 불출마도 맥을 같이 한다. 김 전 장관이 정계 은퇴 입장문에서 “이제 민주주의, 통일, 기득권 타파 등 거대담론의 시대가 아니라 일상의 행복을 위한 생활정치의 시대가 됐다”고 밝힌 것처럼 변화하는 시대상에 따라 시장·구청장·시의원 선거 후보자도 대거 물갈이될 전망이다.

86세대 본격 물갈이 신호탄
6·1 지선부터 영향 불가피
민주 젊은 시장후보 4인방 주목
국힘도 “남의 일 아냐” 파장 촉각

우선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군은 김영춘 전 장관과 박재호·최인호·전재수 현역의원 3인방의 불출마로, 변성완 전 부산시장 권한대행과 류영진 전 식약처장, 김해영 전 의원, 박인영 시의원 등 새로운 인물이 떠오른다.

특히 변성완 전 대행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당 안팎에서 거론되는 분위기다. 행정안전부 요직을 두루 거친 후 부산시 행정부시장과 시장 권한대행을 역임한 그는 부산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아 이번 대선을 무난히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전 장관과 대학 선후배로 막역하게 지낸 변 대행은 김 전 장관의 불출마로 시장 출마에 대한 부담도 덜었다. 전재수 의원은 “다소 열세로 예상되는 지방선거에서 변 전 대행을 시장 후보로 추대해 힘을 합쳐 선거를 치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 류영진 전 처장의 등판도 재촉한다. 부산 원외위원장 좌장 격인 류 전 처장에 대해 일부 원외위원장들과 가덕신공항국민행동본부 등 외곽조직에서 출마를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 이들은 “류 전 처장과 변 전 대행의 아름다운 경선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면서 현실성 있는 공약으로 박형준 시장과 대결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류 전 처장을 지지한다고 알려졌던 백양포럼은 아직 특정 후보 지지의사를 표명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해영 전 의원은 당 외부에서 등판 여론이 훨씬 더 높다. 조국 사태 등과 관련해 당에 대해 거침없이 쓴소리를 쏟아낸 것이 당 내 핵심 지지자들에겐 반감을 일으킨 반면, 일반 시민들에겐 좋은 이미지로 각인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8대 부산시의회 전반기 의장을 역임한 박인영 의원도 다크호스로 꼽힌다.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는 이제 임기 1년을 채운 박형준 현 시장으로 굳어지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부에선 김 전 장관의 불출마에 따른 쇄신의 분위기도 감지된다.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2030 등 정치신인들의 대거 등장을 예고하는 가운데, 특히 김 전 장관의 ‘선거만 있으면 출마하는 직업적 정치인의 길을 더 이상 걷고 싶지 않다’는 입장문은 오히려 국민의힘 상당수 정치인들에게 해당된다는 지적도 나오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정치인으로 아직 한창 때인 김 전 장관의 용단은 충격적인 뉴스로, 민주당이 쇄신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우리가 자만하며 구태를 답습하면 지방선거 승리를 절대 장담할 수 없다”며 “시대가 변한 만큼 우리도 정치권에 기웃거리지 않던 새 인물을 많이 선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