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메가시티’ 발맞춘 문화분권… ‘경부울문화연대’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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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과밀화에 맞서는 지역균형발전 전략인 ‘부울경 메가시티’ 추진에 맞춰 부산·울산·경남의 문화연대가 25일 출범한다. ‘대한민국의 온전한 지역문화분권을 위한 새로운 문화연대’라는 기치를 내걸었다. 초광역권 문화연대의 출범은 1980년대 후반 부산경남젊은시인회의 이후 처음이다. 당시엔 시인들 중심의 연대였다면 이번에는 범 문화예술인 연대라는 점에서 다르다.

25일 오후 7시 경남 김해시 고석규비평문학관에서 결성식을 갖는 단체 이름은 ‘경부울문화연대’다. ‘경부울’이라 한 것은 경남에서 부산과 울산이 나왔다는, 지역문화의 연원을 고려한 이름이라고 한다. 경남 27명, 부산 31명, 울산 36명 등 총 94명의 범(凡) 문화예술 관계자들이 이름을 올렸다. 문학 음악 무용 건축계 인사는 물론 학계 언론계와 각종 문화단체 관계자 등을 아우르고 있다. 40~50대가 절반 정도로 앞으로 중추적 역할을 맡게 될 거라고 한다.

1980년대 이후 첫 초광역권 문화연대
25일 김해 고석규비평문학관서 결성식
부산·울산·경남 문화예술인 94명 참가
경쟁 부추긴 문체부 사업 폐지 등 요구

올 들어 두 차례의 준비모임이 1월 22일 경남 창원시, 지난 19일 울산에서 각각 열렸다. 비엔날레와 바다미술제, 공연의 생산-소비를 부울경이 공동으로 해보자는 등의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경부울문화연대 준비위원회는 경남 3명(정일근·우무석 시인, 설진환 부마항쟁기념사업회장), 부산 3명(강영환·박정애 시인, 남송우 문학평론가), 울산 3명(오창헌·안성길 시인, 문선희 소설가)이 맡았다.

준비위원회 측은 “기형적이고 해괴한 수도권 중심주의의 대한민국을 제대로 된 모습으로 바꾸기 위한 유일한 길은 지역분권”이라며 “부울경이 온전한 하나의 지역공동체를 이루기 위해선 문화적 연대가 선결돼야 한다”고 밝힌다. 이들은 “‘중앙 대(對) 지회/지부’라는 주종의 논리로 운영돼온, 서울 중심의 모든 문화관련 단체들은 수평적으로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25일 경부울문화연대 결성식에서는 남송우 준비위원장이 경과보고 및 기조발제를 한다. 이어 조정윤 부산문화재단 연구실장이 ‘문화로 사회통합 이루는 문화분권’이란 발제를 하고, 경부울문화연대에 가담한 김경복·안성길 문학평론가와 성현무 고신대 교수가 토론자로 나선다.

남송우 준비위원장은 기조발제를 통해 “부울경 메가시티(부산울산경남특별연합)의 4개 전략 중 문화공동체 전략이 제시돼 있으나 엑스포 유치와 관광벨트 조성 중심으로 문화가 수단화돼 있다”며 “긴 안목에서 문화를 인식하고 지역문화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문화의 본질에 충실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 그는 우선 2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경부울에 산재한 문화예술 관련 공공기관들이 느슨한 연대에서 끈끈한 연대로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문화재단, 울산문화재단,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이미 협약을 맺은 바를 토대로 동남문화권 차원의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창안하는 탄탄한 상호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문화원과 각 지역 기초문화재단의 협의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부울경에 10개 못 미치는 기초문화재단이 각 시군구에 하나씩 설립돼야 하고, 부울경 총 39개 각 지역 문화원의 체질을 혁신하면서 문화원과 문화재단의 협의체를 만들어 그 지역에 맞는 문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정윤 부산문화재단 연구실장도 크게 2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중앙의 권한과 독식이 지역으로 철저히 분산돼야 한다는 거다. 세부적으로 국립문화예술기관의 지역균형 배치, 국립문화기반시설 이용 때 지역민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각 지역 문화기반시설에 대한 국비 지원 확대, 문체부 산하 각종 위원회 위원 구성에서의 지역 할당 비율의 상향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말 많았던 ‘이건희 기증관의 서울행’이 숨기고 배제시킨 것이 이렇게 많다는 말이다.

둘째는 역시 경부울 문화재단 정책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문화분권 이슈를 상시적으로 공유·연구하면서 지역간 경쟁을 부추기는 문체부의 지역문화 공모 사업의 폐지 등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결성식에서는 경부울문화연대 운영안을 심의하고, 향후 운영안에 따라 경부울 각 지역의 ‘젊은’ 대표 1명으로 구성된 3명의 공동운영위원장을 뽑을 계획이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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