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속 적극적 팬덤이 만들어낸 ‘콘텐츠 재가공 문화’ 뜬다
대중이 달라졌다.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이를 2·3차 콘텐츠로 재가공하는 등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대중문화 업계는 이러한 변화에 주목하면서 이들을 미래 콘텐츠 산업을 이끌 주체로 내다보고 대비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건 K팝 시장이다. 지난해 K팝 시장은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적극적인 팬덤 소비가 맞물려 음반 판매량이 껑충 뛰었다. K팝 음반 쇼핑몰 케이타운포유 집계를 보면 음반 판매 매출은 2019년 3948만 원에서 지난해 4억 8064만 원으로 증가했다. 아티스트가 등장하는 잡지 매출도 4억 5964만 원에서 지난해 40억 5672만 원으로 급증했다.
K팝 음반 매출 3년 새 10배↑
재가공 인기 영상 ‘밈’ 문화 주도
인기 드라마 대본집 잇단 판매도
생산자형 소비자인 콘텐츠 ‘프로슈머’들의 활동도 더욱 활발해졌다. 자신이 좋아하는 인기 영상을 ‘숏 콘텐츠’로 재가공하거나 새로운 자막을 입혀 ‘밈’(Meme·유행하는 영상·이미지)을 주도하는 등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다. 대표적으로 OTT 쿠팡플레이의 ‘주기자가 간다’ 코너와 인기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인기 장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네트워크, 틱톡 등에서 새로운 콘텐츠로 재생산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가수 비의 곡인 ‘깡’이나 걸그룹 브레이브 걸스를 재조명해 유행을 이끌기도 했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는 “미래 문화산업은 프로슈머와 팬덤의 영향력을 완전히 포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SM엔터테인먼트는 메타버스 플랫폼의 지적재산(IP)을 활용해 이용자가 게임, 음악, 춤, 굿즈 등의 콘텐츠를 재창조하는 ‘P2C’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다.
좋아하는 드라마 대본집을 소장하려는 적극적인 시청자도 늘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14일까지 드라마·시나리오 분야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7배 뛰었다. 최우식·김다미가 나선 인기 드라마 ‘그 해 우리는’과 ‘연모’, ‘커피 한잔 할까요?’ 등이 인기다. 이런 추세에 맞춰 드라마 ‘서른, 아홉’과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나의 아저씨’ ‘술꾼도시여자들’ ‘옷소매 붉은 끝동’ 등도 줄줄이 대본집 출간을 앞두고 있다.
대중문화 업계는 이런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점점 커지는 이들의 영향력과 파급력이 콘텐츠의 방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쳐서다. 실제로 지난해 드라마 ‘조선구마사’는 역사 왜곡 논란에 시청자가 크게 반발했고, 결국 방영 2회 만에 폐지됐다. 한 드라마 PD는 “유출된 시놉시스 내용을 본 시청자의 반발이 커서 내용을 수정한 적이 있다”고 귀띔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팬덤은 이전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생산에 참여하며 프로듀서 역할을 수행하며 한 단계 진화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며 “앞으로 콘텐츠 업계에서 이들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