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제재 ‘암초’ 만난 글로벌 해운업계 ‘먹구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해운업계와 물류시장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의 러시아 제재가 점차 강화됨에 따라 장기적으로 어느 정도의 영향을 끼칠지도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2일 해운업계와 부산항만공사(BPA) 등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주도하에 행해지고 있는 대 러시아 제재로 인해 해운 운송 서비스 축소, 선원 교대난, 러시아 선박 제재 등이 발생하면서 해운업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컨테이너 선사 부킹 일시 중단
화물 하역 유럽 항만 혼잡 가중
선원 이동 힘들어 교대난 심화
러시아 선박 선급 취소 검토도
우선 운송 서비스 축소를 꼽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 도착과 출발 컨테이너 운송은 사실상 전면 중단된 상태다. 이에 따라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해륙 운송 서비스도 타격을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3대 곡창지대로, 중공업보다는 광활한 경작지를 기반으로한 곡창지대가 많다. 이 때문에 완성품이나 반제품을 주종으로 하는 컨테이너 해운보다는 벌크(Bulk. 곡물, 광석, 석탄 등 포장하지 않고 그대로 선창에 싣고 수송하는 화물) 해운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계 1~3위 컨테이너 선사인 MSC, Maersk, CMA CGM 등은 물론 Hapag-Lloyd(세계 5위), ONE(세계 6위) 등이 러시아 화물 부킹 일시 중단에 동참했다. 특히 러시아항 기항 중단으로 이어질 경우 현재 선박에 적재된 러시아행 화물들이 유럽 각 항만에 임시 하역돼 장기간 방치되면서 유럽 항만 혼잡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분석된다.
선원의 교대난도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선박 수 척이 로켓에 의해 피격되고 여러 국적의 선원들이 사망 혹은 부상사고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흑해 케르치해협 통항이 중단되며 약 200여 척의 선박이 해상에 묶였다. IMO(국제해사기구)에서도 현지에 갇혀있는 선원들의 조기 탈출을 위해 관련 국가들에게 협조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세계 선원 가운데 10.5%가 러시아인 선원이고, 우크라이나인 선원은 4%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선원의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선원 교대난도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러시아가 운항하고 있는 선박들의 선급(Class) 유지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영국과 노르웨이 선급 등은 러시아 선박들에 대해 선급 취소를 검토하고 있으며, 국제선급연합회(IACS)는 러시아 선급을 협회에서 퇴출시킬 것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선박이 국제공인 선급에서 제외될 경우, 러시아 선박은 무급 선박이자 무보험 선박이 돼 사실상 국제항로 취항이 불가능해진다.
러시아가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에서 배제되면서 러시아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소들도 대금 결제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3월 현재 러시아 선사가 국내 조선소에 발주한 선박은 총 42척이다. 러시아 선사의 대금결제 난항이 예상되고 건조계약의 이행 여부도 불투명해져 국내 조선업계의 타격도 불가피하다.
BPA 관계자는 “글로벌 GDP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2%로 크지 않으나, 여러 글로벌 기업들이 대 러시아 비즈니스를 중단·보류하고 있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글로벌 물류시장에 미칠 장기적 영향을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밝혔다.
최세헌 기자 corni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