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사법원 부산 설립,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국내 첫 해사전문법원의 부산 설립 필요성을 제기한 지 10년의 시간이 훌쩍 지났다. 해사법원 부산 유치 타당성 조사 용역을 부산지방변호사회가 발주한 걸로 치면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사법원 설립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부산변호사회를 비롯해 지역사회 각계각층이 본격적으로 나설 거라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해사법원 설립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6·1 지방선거도 다가오는 만큼 해사법원의 부산 유치를 확정하기에는 지금이 최적기라는 분석이 나올 만하다. 부산시는 물론이고 시민단체, 학계, 해양·항만업계가 한마음으로 뭉쳐서 해사법원 유치에 총력전을 펼칠 때다.
신속·시너지 효과에다 균형발전 기대
당선인도 약속한 만큼 반드시 유치를
국내 첫 해사법원 설립의 필요성은 불문가지다. 국제적 분쟁 성격을 띠는 해사 사건은 신속·정확하고 전문적인 처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해사법원이 없어 영국이나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우리나라 업체 간 벌어지는 소송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의 법률 비용 해외 유출 규모가 연간 3000억 원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학계는 추정한다. 해사법원 설치는 한국 법률시장의 확대는 물론이고 한국 법원과 한국의 위상 제고도 가능하다. 해운 강국 한국에 독립적인 전문 법원 하나 없다는 건 한마디로 수치다.
해사법원 설립지가 부산이어야 한다는 이유도 차고 넘친다. 전국 해양수산 관련 기관·단체·업계의 70% 가까이가 부산권에 있고, 대형 해운선사의 해무·선원·선박관리 부문이 부산에 위치하고 있다. 해양사고를 담당하는 해양안전심판원과 국내 유일의 해양 전담 중점 검찰청인 부산지방검찰청이 있다. 여기다 고등법원까지 갖춘 항구 도시는 부산이 유일하다. 바다가 없는 서울이나 뒤늦게 경쟁에 뛰어든 인천 등도 거론되지만 이것은 수도권 일극 체제를 부추기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부산을 비롯한 거제, 통영, 여수 등을 중심으로 해양레저 분야가 급속하게 성장하는 것과 동시에 더욱 늘어날 해사 사건의 효율적인 처리를 위해서도 비수도권 부산이 최적이다.
이제는 윤 당선인이 약속을 지킬 차례다. 윤 당선인은 선거 기간 부산에서 공개한 11대 지역 공약집에 ‘해사전문법원 부산 설립’을 명시했다. 이후 서울에서 발표한 사법 정책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선 해사법원 설립 위치까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부산 사람들은 ‘부산 설립’을 분명히 기억하고, 결과 또한 예의주시할 것이다. 지난해 부산시가 발주한 ‘해사법원 부산 설립 타당성 용역’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니 시의 역할도 기대된다. 상황에 따라서는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 처리를 압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부산이 해양의 중심이 되는 해양강국, 국가균형발전으로 가는 지름길에 해사법원 유치는 반드시 성사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