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물은 생명’ 일깨운 낙동강 쌀 독성물질 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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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물로 생산한 쌀에서 녹조류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다량 검출됐다고 한다. 환경운동연합이 22일 밝힌 내용이다. 낙동강 하류 노지에서 재배된 쌀의 성분을 분석했더니, kg당 2.53~3.18㎍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쌀 같은 농산물에 마이크로시스틴 잔류 허용 기준치가 없지만, 이 정도 수치면 미국이나 프랑스, 세계보건기구 등이 자체적으로 정한 기준치의 7~16배나 되는 양이라고 한다. 마이크로시스틴은 청산가리보다 독성이 100배나 강하고 대표적인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는데, 그런 위험한 물질이 우리가 매일 밥을 지어 먹는 쌀에 들어 있다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미국 등 허용 기준치 최대 16배 검출
차기 정부, 철저한 대책 마련 나서야

쌀만이 아니다. 환경운동연합의 지난달 자료에 따르면 낙동강 노지에서 기른 무와 배추에서도 kg당 마이크로시스틴이 1.85㎍, 1.1㎍씩 검출됐다. 지난해 8월에는 낙동강 물 자체도 마이크로시스틴 농도가 미국 ‘물놀이 금지 기준치’보다 245배나 높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사정이 그렇다면 마이크로시스틴의 위험성은 쌀이나 채소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낙동강에 서식하는 어패류에서도 상당량 검출될 가능성이 크다. 마이크로시스틴은 300도의 온도로 가열 또는 조리하는 과정을 거쳐도 독성은 그대로 남는다고 한다. 우리 식탁에 일상적으로 오르는 필수 식재료가 치명적인 독성을 갖고 있는 셈이다.

부산 등 영남권의 대다수 주민에게 낙동강 물은 그대로 생명수다. 실제로 낙동강에서 부산·경남으로 공급되는 수돗물은 연간 150만t으로 전체 수돗물의 70%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에겐 치유되기 힘든 트라우마가 있다. 1991년 3월 ‘우리나라 최악의 환경오염 사건’으로 불리는 페놀 사태가 발생한 이후 끊임없이 제기된 낙동강 물 안전 논란에 시달려 온 것이다. 해당 지자체들은 고도의 정수처리를 통해 독성물질은 모두 제거할 수 있다지만 수돗물에 대한 불신은 좀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영남권 주민의 76%가 수돗물 대신 생수나 정수기를 이용한다는 환경부의 ‘2021 수돗물 실태 조사’ 결과는 공연히 나온 게 아니다.

쌀과 채소류가 독성물질에 오염됐음은 이미 국민 건강이 심각한 위기라는 사실을 알려 준다. 느긋하게 대처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해당 지자체와 정부는 신속하고 철저하게 원인을 밝혀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와 관련해 환경단체들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4대강 재자연화 폐지’ 공약에 이의를 제기한다. 마이크로시스틴 같은 독성물질은 유속 정체로 인한 녹조 때문에 발생하는데 4대강 보 사업을 유지해서 어쩔 것이냐는 물음이다. 지난 22일은 먹는 물 부족 사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었다. 윤석열 차기 정부도 그 취지에 발맞춰 낙동강 물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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