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전략 도시 마리우폴 ‘아사 작전’… 우크라, 결사 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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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 공격 후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산업단지에서 뿌연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왼쪽) 포격으로 남편을 잃은 한 여성이 마리우폴의 병원 복도 바닥에서 아기를 안은 채 울고 있다. 로이터·AP연합뉴스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의 민간인을 고립시키고 굶주리게 하는 수법으로 우크라이나를 굴복시키려 한다는 우려가 연일 나오고 있다. 앞서 마리우폴에서 철수한 그리스 외교관도 마리우폴이 시리아 내전 당시 알레포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구소련 레닌그라드에 비견된다고 전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레닌그라드는 독일군에 900일 가까이 포위돼 100만 명 이상이 기아와 질병, 포격으로 사망한, 사상 최악의 포위전으로 꼽힌다.

드미트로 구린 마리우폴 시의원은 21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러시아가 인도주의 통로를 열지 않고 인도주의적 호송대가 도시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있다”면서 “이걸 보니 러시아가 외교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도시를 굶주린 상태로 만들려는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날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에 있는 우크라이나군에 보낸 ‘항복하라’는 최후통첩을 거절했다.

인도주의 통로 봉쇄· 호송대 차단
외교 입지 강화 위해 도시 봉쇄
주민 30만 명 고립된 채 굶주려
2차대전 당시 레닌그라드 방불
바이든 “러, 생화학무기 사용 징후”
러, ‘전범’ 발언 두고 미 대사 초치

마리우폴은 지난 1일부터 러시아군의 집중 공격을 받으면서 도시 전체가 폐허로 변했고 민간인 피해와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이 심각하다.

주민 40만 명의 도시 마리우폴은 현재 약 30만 명이 물과 음식이 떨어진 상태로 안에 갇힌 것으로 추정되며 도시에 인도 지원 물자를 보급하려는 흐름도 차단된 상태다. 현재까지 마리우폴 주민 최소 2500명이 숨진 것으로 마리우폴 시당국은 보고 있다.

러시아가 마리우폴 점령에 이토록 짐념을 보이는 것은 기존에 알려진 크림반도와 돈바스를 연결한다는 단순 위치적 이점뿐 아니라 다른 전략적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더타임스는 이날 “러시아가 마리우폴을 차지하게 되면 크림반도는 돈바스와 육지로 연결돼 ‘고립된 섬’ 처지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은 물론, 우크라이나의 아조우해 연안은 모두 러시아가 통제할 수 있게 되고 남은 흑해 해안 지역을 압박하는 교두보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해진다”고 분석했다.

군사 분석가 저스틴 크럼프는 “마리우폴이 점령되면 돈바스에서 몰도바의 친러시아 반군 근거지 트란스니스트리아까지 연결해 오랫동안 러시아 민족주의자들이 꿈꿔온 ‘노보로시야’의 재건이 실현 가능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리우폴은 경제적으로도 가치가 큰 도시다. 밀과 보리, 옥수수 등을 중·근동 국가에 수출하는 항구이며 철강, 중소형 선박 건조 등 산업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한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둘러싼 러시아와 미국 간의 대립은 더욱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범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양국 관계를 단절 위기에 처하게 했다”며 주러시아 미국 대사를 초치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외무부로 초치된 설리번 주러 미국 대사에게, 푸틴 대통령에 대한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용납할 수 없는 발언과 관련한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에 대한 적대적 행동은 단호하고 굳건한 대응을 받을 것이란 점도 경고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지난 16일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푸틴 대통령을 ‘전범’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생화학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며 “그(푸틴 대통령)가 이를 사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명확한 징후”라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서 “푸틴 대통령이 궁지에 몰렸다”며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양국은 또 ‘사이버 전쟁’까지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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