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억’ 들였는데… 거제 능포 낚시공원 9개월째 방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정부가 230억 원 상당을 들여 조성한 경남 거제 ‘능포낚시공원’(능포항 낚시 관광형 다기능어항)이 완공 9개월이 넘도록 개장도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지자체의 허술한 법령 검토로 운영자 선정이 지연되고 있는 탓이다. 이대로 애물단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능포낚시공원은 해양수산부가 2016년 추진한 ‘10항 10색 국가어항 만들기’ 사업의 하나다. 국내 대표 어항 10곳을 특색에 맞춰 개발하는 방식으로, 능포항은 ‘낚시 관광형’에 선정됐다. 해수부 산하 마산지방해양수산청이 국비 228억 원을 투입해 바다에 세운 잔교 형태의 해상 낚시터와 피싱하우스, 수상 카페테리아 등을 갖추고 작년 6월 완공했다.

운영자 선정 과정서 갈등 과열
어촌계 위탁 계획 현행법 위반
어항관리주체 공단·공기업 제한
시, 해수부 등에 유권해석 의뢰

하지만 시설 운영권이 거제시로 이관된 이후, 운영자 선정이 늦어지면서 개장도 하세월이다. 거제시는 당초 능포어촌계에 운영을 맡기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 공유재산 운영기준’에 따라 입찰하는 게 원칙이지만, 지역 발전 등을 감안하면 수의계약도 가능하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경쟁자가 나타나면서 일이 꼬였다. 능포동 주민 경제공동체인 능개마을협동조합이 수탁 의사를 밝힌 것이다.

어촌계는 “낚시공원을 관리하고 운영하려면 많은 장비와 전문인력 등을 필요로 한다”면서 “경험과 여력이 있는 어촌계가 맡아야 개장을 앞당길 수 있고, 지속성과 발전성도 담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능개마을협동조합은 주민자치회나 어촌계와 달리 대표성이 떨어지는 단체”라며 “역량도 없으면서 수익금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협동조합은 “지역 주민들에게 일정 역할을 분담하는 등 상생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맞섰다. 단체간 갈등을 우려한 거제시가 결정을 미루는 사이 논쟁은 가열됐다.

진통 끝에 양측은 어촌계 위탁에 합의하고 겨우 갈등을 봉합했다. 어촌계는 이를 토대로 자체 관리·운영계획까지 마련하고 개장 준비를 서둘렀다.

그런데 이 과정에 더 골치 아픈 문제가 불거졌다. 현행법상 공공재인 어항 시설을 민간에 위탁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이다. 현행 어촌어항법은 어항관리 주체를 한국어촌어항공단이나 지방공기업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거제시는 뒤늦게 해양수산부와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시는 ‘가능하다’는 답변이 오면 이른 시일 내 능포어촌계와 위·수탁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반대의 경우, 공유수면 점·사용허가 등을 통해 능포어촌계에 운영권을 부여하는 차선책을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어촌계의 점·사용료 부담이 커진다.

이들 두고 거제시가 갈등과 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전에 법령 검토를 제대로 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찌감치 조성을 끝낸 낚시공원은 멀쩡한 시설을 수개월째 놀리고 있다. 관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면서 일부 시설은 칠이 벗겨지고 녹까지 슬었다.

거제시 관계자는 “아직 검토 회신이 오지 않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며 “회신 내용에 근거해 적법한 방식을 결정하고 최대한 빨리 개장되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