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하류서 생산한 쌀에서도 맹독성 발암물질 검출”
낙동강 하류에서 생산한 쌀에서 녹조류 독성 물질이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환경단체는 4대강 사업 뒤 빈번해진 녹조현상을 원인으로 분석했으며, 아직 국내에는 농업용수에 대한 녹조 독소 잔류 기준이 없어 제대로 된 안전 관리가 이뤄지지 않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12월 낙동강 하류 지역에서 낙동강 물로 생산한 쌀을 이상길·이승준 부경대 교수(식품영양학과) 연구팀에 의뢰해 성분을 분석한 결과, 맹독성 발암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높은 수준으로 검출됐다”고 22일 밝혔다. 마이크로시스틴은 인체에 흡수되면 간·폐·혈청·신경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정자·난자 감소 등에 영향을 주는 생식 독성도 가지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분석 결과’ 발표
독성 물질 ‘마이크로시스틴’
미국·프랑스 허용량 7~15배
앞서 무·배추서 검출되기도
국내 관리 규정 없어 ‘무방비’
연구팀의 성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쌀에서 ㎏당 마이크로시스틴 2.53~3.18㎍(100만 분의 1g)이 검출됐다. 해당 쌀을 하루 300g 섭취하면 0.759~0.954㎍ 정도의 마이크로시스틴을 섭취하는 셈이다. 이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환경보호국 환경건강위험평가소(OEHHA)의 생식 독성 기준 하루 섭취 허용량(60kg 성인 기준)의 7~8.8배, 프랑스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전청(ANSES) 기준(60kg 성인 기준)으로는 12.7~15.9배에 해당하는 양이다.
앞서 환경운동연합은 낙동강 물로 재배한 무와 배추에서도 kg당 마이크로시스틴이 각각 1.85㎍, 1.1㎍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8월엔 낙동강 양산 물금취수장 주변에서 8.1ppb, 대구 매곡취수장에서 435ppb 등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당시 부산시는 취수장 정수 과정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은 모두 제거돼 식수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반면 환경운동연합은 “마이크로시스틴은 상당히 안정된 물질이고 300도 고열에서도 분해되지 않는다”며 낙동강 물로 재배한 다른 농작물과 어패류에도 녹조 독성물질이 검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마이크로시스틴의 위험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 국내엔 마땅한 관리 규정이 없다. 농작물의 경우 관리 기준 등을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농림부는 녹조 독소와 관련된 농업용수와 농산물에 대한 잔류 기준과 시험법이 아직 규정되어 있지 않아 즉각적인 조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환경부는 담당 기관이 아니어서 직접 나서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올 6월까지 식품에 대한 마이크로시스틴 시험법을 제정한 뒤 향후 모니터링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은 “녹조 문제는 4대강 보를 유지하는 한 풀 수가 없다”며 낙동강 내 녹조를 줄여 독성 물질을 제거하는 근원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