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크라이나전 장기화, 수리 조선업 대책 급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 달째 이어지고 있지만 사태 해결의 접점은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양국 간 평화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미국 등 서방 국가들까지 러시아와의 대결에 뛰어들면서 이른바 ‘신냉전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진단까지 나온다. 문제는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유가와 환율이 폭등하고 글로벌 공급망 혼란이 악화하는 등 세계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1970년대 ‘오일 쇼크’ 같은 세계적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까지 제기한다. 무역 등 해외 의존 성향이 높은 경제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의 경우 그 충격은 더 크기 마련이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대금 결제 차질 등 피해 가늠조차 어려워
정부와 지자체, 지원 방안 적극 모색해야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이미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해 2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출입 중소기업 10곳 중 7곳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회사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운업계와 물류업계는 특히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도착·출발 컨테이너 운송은 사실상 전면 중단된 상태고, 그에 따라 육상 물류 서비스도 타격을 받는 상황이다. 국제선급연합회(IACS)가 러시아 선급을 퇴출시킬 것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이 경우 러시아 선박은 국제항로 취항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현 상태가 지속되면 향후 해운·물류시장이 입을 피해는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고 한다.
부산의 경우 선박수리·조선업계의 피해가 특히 우려된다. 국제적 금융 제재로 러시아 은행들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배제되면서 러시아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소에 대한 대금 결제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사태가 조기에 종결되지 않으면 대금을 못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하니 보통 문제가 아니다. 현재 부산에는 선박수리·조선업체 2300여 개에 종사자가 1만 8000여 명에 달한다. 그런데 이들 업체의 일감 70% 이상이 러시아 선박이라고 한다. 부산지역 선박수리·조선업계의 최대 고객인 러시아 선박의 건조나 수리가 어려워지고 대금까지 지급받지 못하는 일이 일어나면 연쇄 피해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우크라이나 사태는 러시아와 서방 국가들의 패권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전쟁의 종결 이후에도 파장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우리나라가 입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온다. 예견되는 세계적 스태그플레이션에 어떻게 대응할지, 원유나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급을 어떻게 해결할지 장기적인 고민이 있어야 한다. 코로나19에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는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책도 조속히 마련될 필요가 있다. 정부, 지자체, 유관단체가 긴밀히 협력해 경영 안정 자금 지원 등 다양한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