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59. 예술 향한 강인한 삶의 의지, 문신 ‘우주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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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적 조각가 문신(1923-1995)은 단단한 재질의 나무, 스테인리스 스틸을 사용하여 강인한 생명력이 돋보이는 추상조각으로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한 작가이다.

1923년 일본 규슈에서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문신은 5살 때 일본을 떠나 아버지의 고향인 마산으로 돌아왔다. 문신은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 생계를 이어나가야 했다. 순탄하지 않은 유년 시절을 겪으면서도 그는 화가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16살이 되던 해에 일본으로 밀항, 온갖 궂은 일을 해내며 미술 공부를 이어나갔다. 도쿄 일본미술학교에서 서양화를 배운 문신은 1945년 귀국 후 자연을 주제로 제작한 구상회화를 선보이며 화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문신은 1961년 새로운 예술에 대한 열망으로 무일푼의 상태에서 프랑스행을 감행했다. 그는 어려운 해외 생활을 하면서도 치열하게 작품 제작을 이어나갔다.

프랑스에 건너간 직후 문신은 생계를 위해 파리 북쪽에 위치한 옛 성의 수복 작업에 3년간 참여했다. 문신은 석조 건물의 낡은 돌을 뜯어내고 다시 새로운 돌로 복구하는 작업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조각 작업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프랑스 체류 이후로 틈틈이 입체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 문신은 1969년 프랑스 남부 포르-바카레스에서 열린 국제조각심포지엄에 ‘태양의 인간’을 발표하여 주목을 받았다. 이후 자연의 섭리와 생명의 본질을 좌우가 균형이 잡혀 어우러지는 좌우균제의 ‘시메트리(Symmetry)’ 형태에 담아냈다. 그는 개성적이고 독특한 추상조각을 선보이며 조각가로서의 본격적인 활동을 펼쳐 나갔다.

문신의 조각은 좌우대칭의 완전한 추상조각이지만 전체적인 모습으로는 자연의 형상을 연상케 한다. 작가는 불균형의 자연성이 반영된 ‘시메트리’에 대해 “자연속의 동물이나 식물이 자라면서 변화를 가져오는 섭리와 우연히도 일치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문신의 ‘우주를 향하여’(1989)는 리드미컬하게 교차되는 원과 선의 흐름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작가 특유의 엄격한 좌우대칭의 조형성과 그와 다른 비대칭의 형태가 서로 얽혀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는 기이한 형상은 기하학적 형태들로 구성된 추상조각임에도 우주선, 혹은 외계 생명체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우주와 생명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멈추지 않았던 작가의 집요한 탐구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조민혜 부산시립미술관 기록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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