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민간인 시설 공격에 ‘생지옥’… 2차대전 후 최악의 인도적 위기
금지 무기 사용 피해 확산
우크라이나는 전쟁 한 달 만에 생지옥이 됐다. 러시아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민간인 사망자 수는 급증하고 있고, 약 350만 명이 우크라이나를 떠나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 인접국으로 피란했다. 유럽에서 발생한 난민 사태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달 24일 개전 직후 한때 러시아는 군사 시설만을 정밀 타격하고, 민간 시설은 공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거짓이었다. 침공 닷새째,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의 민간인 지역을 폭격하면서 러시아군의 민간인 대상 폭격은 더 노골적으로 변했다. 수도 키이우(키예프) 조기 장악에 실패한 러시아군이 민간인 피해를 고의로 양산, 항복을 유도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런 배경에서 집속탄, 진공폭탄, 백린탄 등 금지된 살상무기를 쏟아붓고, 무차별 폭격을 위한 ‘멍텅구리 폭탄’을 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키이우 인근 이르핀에서 여행용 가방을 끌고 대피하던 엄마와 아이 등 일가족이 박격포 파편에 맞아 숨진 사례는 상징적이다. 뉴욕타임스는 희생자들의 처참한 시신 사진을 신문 1면에 올리는 파격으로 전 세계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미 지난 16일 기준 마리우폴, 하르키우에서만 약 300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에 포위된 마리우폴의 상황은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하다. 지난 9일에는 이곳의 산부인과 병원이 폭격을 받았다. 만삭의 임신부가 이 병원에서 들것에 실려 나오는 사진에 전 세계가 경악했다. 아이들이 있다는 표식에도 불구하고, 대피소로 쓰인 극장도 러시아군의 표적이 됐다. 음식이 동났고, 전기와 물도 거의 끊겼다. 러시아는 3주째 마리우폴 포위해 ‘고사’ 작전을 펴고 있다.
늘어난 난민은 유럽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6일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위한 주거와 운송, 식량, 의료 등에 들어가게 될 돈이 첫해에만 300억 달러(약 36조 7000억 원)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