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금융기관 직원이 상인 입금할 돈 빼돌려”
부산의 한 전직 금융기관 직원이 국제시장 상인들과 그 지인들의 대출 상환금이나 통장에 입금할 돈을 빼돌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피해자들은 그가 금융기관에서 해고당한 뒤에도 직원 신분이라고 속이며 범행을 이어갔다고 주장한다.
부산 서부경찰서는 “70대 국제시장 상인 등 피해자 6명이 전직 금융기관 직원 A(40대) 씨로부터 20억 원을 사기 당했다는 고소장을 제출해 수사하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시장 상인 등 6명, 고소장 제출
직접 금융기관 갈 시간 없고
통장 잘 확인 안 하는 사정 악용
서부서, 20억 사기 혐의 수사
경찰 등에 따르면 A 씨는 상인들이 예금이나 적금통장에 넣을 돈이나 대출 상환금 명목으로 돈을 건네면 이를 입금하지 않고 빼돌린 혐의(사기 등)를 받고 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A 씨는 2005년 국제시장 상인들에게 당시 제2금융권 직원 신분으로 접근해 친분을 쌓았다. 상인들이 지점에 직접 갈 시간이 없고, 전산상 통장 잔액을 잘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게 피해자 측 주장이다.
A 씨는 2020년 7월 근무 지점에서 고객의 통장 잔고를 투자 목적으로 유용한 게 드러나 징계를 받고 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후에도 상인들에게는 ‘정직당했다’며 직원 신분이 유지된 것처럼 속였다. 또다른 40대와 50대 상인 두 명은 A 씨가 돈을 빌려달라고 하자 각각 4억 원과 1억 3000만 원을 대출받아 빌려줬지만, A 씨가 빌린 금액을 갚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A 씨의 범행은 대출 상환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던 피해자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금을 상환하라는 독촉 문자를 받으며 드러났다.
한 피해자는 “오랜 시간 A 씨가 상인들을 엄마라고 부르면서 친분을 쌓으며 범행을 저지른 만큼 피해자는 더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주요 고객인 상인들에게 A 씨 퇴사 사실을 알리지 않은 금융기관 지점에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A 씨가 근무했던 금융기관 지점은 본사로부터 감사를 받고 있다. 해당 지점 관계자는 “A 씨가 그런 일을 해온 줄 몰랐다”며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취재진은 A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손혜림·나웅기 기자 hyerims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