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트로이 전쟁 영웅들… 누가 당신을 유혹할까?
유혹으로 읽은 일리아스 / 이미식 외
서양 고전의 맨 앞자리에 선 서책은 <일리아스>이다. ‘트로이 성’을 달리 부르는 ‘일리온’에서 비롯한 제목으로 ‘일리온의 노래’라는 의미가 있다. 영어로 ‘호머’로 표기되는 호메로스가 지은 이로 알려져 있다.
서양 최초의 문학이자 서사시로 불리는 <일리아스>는 많은 현대인의 정신에 깃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천 년 동안 이 노래를 부르고 배웠던 이들의 문명과 문화, 언어가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아득한 옛날의 소크라테스나 플라톤도 <일리아스>를 기반으로 그들의 사상을 펼쳐나간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후의 사상가나 철학자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현재 이 책을 마주하는 독자나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나 <일리아스>의 애독자라는 측면에서는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그들 간의 차이라면 신에 관한 관념이나 시대 상황의 변화에 따른 간격이리라. 개인의 행위를 이끌고, 사회를 움직이는 동인에 관한 해석은 지금도 진화론과 순환론 사이에서 진자 운동을 거듭하고 있다.
<유혹으로 읽은 일리아스>는 일군(一群)의 독자가 그러한 경험을 녹여 낸 책이다. 서사시에는 수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저자들은 그들 중에 자기를 유혹하는 이를 만난다. 이 사람은 아킬레우스의 손을 잡았고, 저 사람은 프리아모스의 팔짱을 끼었다. 고전에서 현대성을 찾고, 모성과 부성을 느끼며 성찰의 시간을 가지는 순간이었다.
아울러 풍부하게 담긴 트로이 전쟁 배경 설명과 서사시 줄거리를 통해서 서양 고전에 관한 상식을 우수리로 얻을 수 있다. 이미식 외 지음/도서출판 엘박사들/360쪽/1만 7500원.
이준영 선임기자 ga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