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보유세, 집값 비슷한 1주택자보다 20배 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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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의 보유세가 매년 큰 폭으로 올라, 똘똘한 1채에 대한 선호가 강해지고 있다. 해운대 엘시티 전경.

국토교통부가 24일부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하자 1주택자와 다주택 사이에 희비가 교차한다. 1주택자의 보유세는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됐지만, 다주택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급등한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1주택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 커질수록,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현상이 심해지면서 서울 강남이나 부산 해운대구 등 일부 지역에 수요가 몰린다는 비판도 나온다.

다주택자 공시가 두 자릿수 상승
1주택자 보유세 지난해 수준 동결
주택수에 따라 세금 부담 극과 극
가격 싼 지방 2주택 소유자보다
강남 고가 아파트 1채 세금 적어
똘똘한 1채 선호 현상 부추겨

2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세대 1주택자의 보유세(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는 지난해 공시가격을 활용하고, 2주택자에게도 올해 6월 1일 전에 주택을 팔 경우 지난해 공시가격이 적용된다.

이날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를 통해 올해 공시가격안이 공개되자 다주택자들은 ‘세금 폭탄’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올해 부산의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18.31%로, 지난해 19.55%에 이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주택자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크게 오른 세금을 내야 한다. 1주택자와 다주택자의 세금은 보유 주택 가격이 비슷해도 경우에 따라 20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세부담 완화 방침으로 공시가격이 많이 오른 곳이 되레 종부세를 적게 내는 상황도 발생했다. 부산은행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엘시티 전용면적 144㎡의 종부세는 올해 공시가격 19억 8200만 원 기준으로 656만 원이지만, 지난해 공시가격(15억 800만 원)을 기준으로 하면 202만 원이다. 해운대아이파크 전용면적 154㎡의 공시가격은 지난해 15억 9000만 원에서 올해 18억 9400만 원으로 올랐다. 올해 기준 종부세는 554만 원이지만, 지난해 공시가격이 적용돼 257만 원이 부과된다. 남구 W 전용면적 134㎡의 공시가격은 지난해 15억 4700만 원에서 올해 17억 2400만 원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종부세는 358만 원이 아닌 228만 원으로 추산된다.

반면 다주택자는 올해 상승한 공동주택 가격을 기준으로 납부해야 하는 데다, 1주택자의 배에 가까운 세율이 적용돼 부담이 대폭 늘어난다. 박승일세무회계사무소에 따르면 동래구 명륜아이파크 전용면적 84㎡와 수영구 남천 삼익비치타운 50㎡를 동시에 소유한 다주택자의 올해 종부세는 5977만 원에 달한다.

올해 공시가격이 명륜아이파크는 6억 300만 원, 남천 삼익비치타운은 8억 6000만 원으로 총 14억 6300만 원 수준이다. 박승일 세무사는 “다주택자는 올해도 대폭 상승한 공시가격을 적용받는 데다 조정지역에 2주택을 소유할 경우 세부담이 크게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17억 원가량 아파트 한 채를 소유했을 경우 200만 원대 종부세를 납부한 것과 비교하면, 총액은 더 낮은 14억 원대라도 아파트 2채를 보유하면 종부세 부담은 20배가 넘는다.

이 같은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성격’의 세금 부과는 문재인 정부 내내 논란이 됐다. 특히 수도권에 비해 가격이 낮은 지방의 2주택을 소유한 이가 강남의 고가 아파트 1채 소유자보다 자산은 적지만 세금은 10배 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면서 불만이 폭증했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세제 혜택이 1주택자에게 과도하게 집중되면, 결국 해운대나 강남 등의 고가 주택 선호도가 높아진다. 결국 아파트의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보유세 부담 완화 방침에 1주택자도 안심할 수 없다는 반응도 있다. 당장 세금 폭탄은 면했지만, 내년에는 오른 가격이 적용될 수 있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 해마다 전년 기준으로 세금을 내야 하는 건지 헷갈린다”며 “문재인 정부의 기형적 부동산 정책의 단면을 보여 준다”고 비판했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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