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권력 충돌 ‘끝이 안 보인다’… 이번엔 법무부로 ‘전선 확대’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신구 권력의 충돌 전선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전날 한국은행 총재 임명 문제로 갈등을 빚은 양측은 24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법무부 업무보고를 거부하면서 또 한번 충돌했다.
한은 총재 임명 놓고 갈등 이어
법무부 업무 보고 거부로 충돌
양측 새 정부 출범까지 긴장 예고
문 대통령-당선인 회동 멀어져
특히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과의 회동이 꼬이는 상황에 대해 이날 윤 당선인에게 “다른 이의 말을 듣지 말라”며 이른바 ‘윤핵관(윤 당선인 측의 핵심 관계자)’을 ‘저격’하기도 했다. 양측 간 감정이 골이 깊어지면서 새 정부 출범 때까지 긴장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직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위원들은 이날 서울 삼청동 인수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오전에 예정됐던 법무부 업무보고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오늘 법무부에 업무보고 일정의 유예를 통지했다”고 밝혔다. 위원들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전날 기자 간담회에서 윤 당선인의 사법개혁 공약인 수사지휘권 폐지 등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을 이유로 들면서 “40여 일 후에 퇴임할 장관이 부처 업무보고를 하루 앞두고 당선 공약을 정면으로 반대하는 처사는 무례하고 이해할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구 권력의 충돌이 정부 이양작업의 차질로 이어진 셈이다.
문 대통령이 전날 이창용 신임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인선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이날까지 여진이 계속됐다. 윤 당선인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인사가 급한 것도 아닌데, 원칙적으로 차기 정부와 일해야 할 사람을 마지막에 인사 조치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문 대통령을 직격했다. 그러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황교안 전)대통령 권한대행도 마지막까지 인사를 했다. 그만큼 인사는 임기 안에 주어진 법적 권한이기도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법적 의무이기도 하다”고 응수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대통령선거를 전쟁이라 인식하며 전쟁에 승리한 점령군처럼 권리를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날 윤 당선인과의 회동 지연과 관련 “답답해서 한 말씀 드린다”며 “회담을 하는 것이 아니다. 두 사람이 만나 인사를 하고 덕담을 하고, 혹시 참고될 만한 말을 주고받는 데 무슨 협상이 필요한가”라고 직접 언급했다. 윤 당선인 측에서 회동의 ‘조건’을 걸기 때문에 문제가 꼬이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은)다른 이들의 말을 듣지 말고 당선인께서 직접 판단해 주시기 바란다”고 회동 문제를 조율한 윤 당선인 측 장제원 비서실장 등 윤핵관을 우회 겨냥하기도 했다.
양측의 감정 대립이 좀체 해소되지 않으면서 회동 가능성도 갈수록 희박해지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31일 준장 진급자들을 대상으로 삼정검 수여식을 열기로 했다. 정례 행사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지만, ‘현직 대통령’으로서의 군 통수권을 부각하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 당선인이 이날 기자들에게 “내주부터 지방을 좀 가 볼까 한다”고 밝혀 청와대 회동은 더 힘들어질 공산이 크다. 전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