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바스 지역 해방에 집중”… 러, ‘출구 전략’ 들어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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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 거리에 러시아군 진격에 대비해 ‘체코 고슴도치’라고 불리는 대전차 장애물이 줄지어 배치돼 있다.이는 시민들이 직접 용접해 제작한 것이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침공 한달을 넘기고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러시아가 여러 번의 전략 수정 끝에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완전한 해방에 주력하겠다며 목표를 축소했다. 돈바스라도 확보해 전쟁에 승리했다는 명분을 얻고자 하는 ‘푸틴의 체면치레’를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군 총참모부 세르게이 루드스코이 작전국장은 25일(현지시간) “첫 번째 단계의 주요 작전은 완수했다”며 “우크라이나군의 전투력이 많이 감소해 돈바스 지역 분리·독립이라는 주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주력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러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에서의 목표는 두 가지였는데 첫 번째는 돈바스 지역의 해방이고 다른 하나는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에 대한 것”이라며 현재 루한스크 지역의 93%, 도네츠크 지역의 54%를 해방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 동부 친러 반군 장악 지역
러 군 화력 집중으로 전략 수정
외신 “키이우 장악에 분명 실패
수렁 빠진 전쟁, 승리 명분 찾아”
군사력 보강 위한 ‘속임수’ 반론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은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로 구성돼 있으며, 러시아 국경과 접한 일부 지역을 친러 반군이 장악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지난달 21일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의 독립을 승인하는 법령에 서명했고 이를 침공 명분에 이용했다.

외신들은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이라도 확보해 전쟁에 승리했다는 명분을 얻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의 거센 반격으로 수렁에 빠진 러시아가 출구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돈바스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로이터통신에 러시아가 목표를 축소한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체면치레로 승리를 주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서방 관리는 “러시아가 키이우 장악에 분명히 실패했다”며 “돈바스 확보라는 새로운 작전에 성공할 것이란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실제 러시아군은 수도 키이우는 물론 남부 전략 요충지인 항구도시 마리우폴도 아직 통제권을 확보하지 못했다. 24일 마리우폴에서 80km가량 떨어진 아조우해 베르단스크항에서는 정박 중이던 러시아 대형 상륙함 ‘오르스크’가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격침되기도 했다. 당초 러시아는 베르단스크항을 통해 전투 물자 부족에 시달리는 아군에 무기와 탄약을 보급할 예정이었다. 영국 더타임스는 지난 23일까지 전쟁으로 사망한 군 장성 등 러시아의 지휘관급 인사가 15명이라고 전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지금까지 사망한 러시아군이 최대 1만 5000명에 이른다는 추산을 내놓기도 했다. 러시아군은 추위와 연료, 식량 부족으로 사기가 크게 떨어진 상태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러시아군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들어선 안 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러시아군 분석 전문가는 뉴욕타임스에 “러시아가 전쟁의 목표 범위를 실제로 축소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번 성명은 새로운 군사력 보강을 위한 ‘속임수 동작’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BBC방송은 실제 러시아가 새롭게 10개 전술 대대를 구성해 돈바스 지역에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키이우 인근에서는 장기전에 대비하는 방어태세를 구축하는 모습도 관찰됐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도 BBC에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의도를 재평가할 필요성은 아직 없다”고 속단을 경계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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