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장르 망라한 이건희컬렉션, 문화 품격 높였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김준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이건희컬렉션은 동서고금과 장르를 망라했다는 점에서 훌륭합니다.”

김준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이건희컬렉션에서는 ‘반듯한 컬렉션을 만들어서 세트로 보여 주겠다’는 뚜렷한 목표 의식이 읽힌다고 했다. 김 학예실장은 최근 부산을 찾아 이건희컬렉션 관련 특강을 했다. 18일 부산문화회관에서 진행된 1차 특강 ‘세기의 기증, 이건희컬렉션’은 표가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건희컬렉션 활용 등을 다루는 2차 특강은 오는 5월 14일에 열린다.

부산문화회관서 ‘이건희컬렉션’ 특강
잊힌 작품 공공의 품 안착에 기여
기존 기증 컬렉터 재조명 기회 되길

지난해 4월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은 고인이 생전에 수집한 미술품과 문화재 약 2만 3000여 점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했다. 이 중 국립현대미술관이 기증받은 1488점은 서양화 412점, 판화 371점, 한국화 296점에 공예, 조각, 사진, 영상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다.

김 학예실장은 “보통 컬렉션은 특정 작가나 장르에 쏠림이 있는데, 이건희컬렉션은 동서고금과 장르를 망라해 중층적 레이어를 가진 컬렉션으로 의미를 가진다”고 했다. 특히 희소가치가 높고 수집이 어려운 근대미술 작품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건희컬렉션은 미술사에서 잊힌 작품을 공공의 품에 안착시키는 데 기여했다.

김 학예실장은 보존수복실에서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를 봤을 때 ‘이런 그림도 있었나?’라고 생각했고,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을 보면서는 “야, 이제 우리도 (모네의 수련이)있네”라고 기뻐했다고 전했다. 이건희컬렉션을 기증받은 뒤 국립현대미술관은 한동안 바빴다. “작품 정리도 쉽지 않았고 작품 감정에 돈이 많이 드는데 한국화랑협회가 전폭적으로 도와줬습니다. 고가의 작품에 대한 보험료를 마련하는 일도 쉽지 않았습니다.”

이건희컬렉션 기증으로 미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졌다. 미술 시장도 같이 들썩인다. 김 학예실장은 미술에 대한 관심이 ‘감상보다 투자’로 화폐 논리와 연결되는 것을 경계했다. “미술작품을 향유하는 것은 엄청난 정신문화 현상입니다. 이건희컬렉션에서 보듯 미술품은 특정 소수의 점유가 아니라 다수가 공유할 때 더 큰 가치를 가진다는 생각을 해주기를 바랍니다. 저는 미술관에 있는 공공 컬렉션을 모두 내 작품으로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리움미술관에 간 작품들도 우리 사회의 공유자산이 된 것이라고 봅니다.”

김 학예실장은 부산 출신으로 부산시립미술관에서도 근무한 경험이 있다. 그는 부산시립미술관을 비롯해 여러 미술관에 작품을 기증한 공간화랑 신옥진 대표 이야기를 꺼냈다. “이건희컬렉션에 대한 관심이 기존의 대량 기증 컬렉터를 재조명하고 공공 컬렉션을 만들어준 기증자들을 선양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영도에 있는 전준호, 부산스러운 감성을 표현하는 방정아 등 우리 동네 예술가, 우리 도시 예술가를 발견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개별자로 흩어져 있는 작가를 ‘우리 도시의 예술가’로 호명하는 것은 시민의 몫입니다.”

글·사진=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