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시네마 천국
세월이 흘러도 기억에 오래 남는 특별한 영화가 있다. 1990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인 이탈리아 영화 ‘시네마 천국’이 그랬다.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어 TV ‘주말의 명화’ 등에서 여러 번 재방송을 했다. 나중에 커서 이름난 영화감독이 되는 꼬마 토토가 주인공이다. 토토가 시간만 나면 찾는 마을의 유일한 영화관 이름이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이다. 토토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할리우드 키드’였을 것이다. 작가 안정효는 자전적인 경험을 토대로 소설 를 썼다. 그는 “극장 구경 갔다가 두 번이나 정학을 받았다”라고 고백을 했다. 학창 시절 몰래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를 보러 가면서 조마조마했던 경험을 가진 분도 적지 않을 것이다.
‘김밥천국’, ‘알바천국’ 같은 상호도 영화 ‘시네마 천국’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하필이면 영화관 이름, 나아가 영화 제목을 그렇게 지었을까. 흔히들 할리우드를 ‘꿈의 공장’이라고 일컫는다. 영화관은 오래전부터 어느 정도 현실 도피 장소라는 성격을 지녔다. 1950~60년대 국내에서 영화는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당시에 TV는 부유층만 소유한 사치품에 가깝던 시절이었다. 1929~1939년 대공황 시대 미국에서도 영화는 황금기를 누렸다. 삶에 지쳐 있을 때 잠시 도피할 수 있게 해 주는 영화야말로 현실에 존재하는 위로였다.
CGV가 영화 관람료를 주중 1만 4000원, 주말 1만 5000원으로 또 인상한다는 소식이다. 코로나로 적자가 누적돼 경영 위기가 가중되어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도 곧 따라갈 전망이다. 주말 관람료 1만 5000원이면 OTT 서비스 한 달 요금이다. 팬데믹 이후 벌써 3번째 인상으로 이젠 맘 편하게 영화 한 편 보기가 힘들어졌다. 수많은 자영업자가 코로나로 고통을 받고 있다. 하지만 밥값이나 커피값을 이렇게 자주 올렸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영화의전당은 2011년 개관 이래 딱 한 번 인상해서 관람료가 성인 기준 8000원이다. 연간 회원에 가입하면 20~30% 할인 혜택으로 6000원에 볼 수 있다. 공공 문화시설이 지역에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실감한다. 왕자웨이 감독은 “어디에서, 어떻게, 누구와 보는가가 영화의 완성이다”라고 했다. 팍팍한 현실을 잠시 잊기 위한 비용이 너무 비싸져서 안타깝다. ‘시네마 천국’ 속 영화관은 TV와 비디오에 밀려 결국 문을 닫고 철거되고 만다. 영화는 영원하겠지만, 영화관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박종호 수석논설위원 nlea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