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에 ‘수출·제조’ 동반 악화… 한국 경제 ‘악전고투’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국내 제조업 경기와 수출이 동반 악화하며 한국경제가 안팎으로 고전하는 모습이다.
우크라 사태 장기화, 원자재 상승
2분기 수출경기지수 96.1로 하락
제조업 PSI도 87, 석 달 만에 반전
엔저 장기화 땐 업종별 피해 우려도
■원자재 급등, 2분기 수출 악화 전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7일 발표한 ‘2022년 2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96.1로 조사됐다. EBSI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기업들이 다음 분기 수출 경기가 전분기보다 악화할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EBSI가 100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20년 2분기(79.0) 이후 8분기 만에 처음이다.
품목별 지수를 보면 무선통신기기(70.9), 석유제품(75.2), 철강 및 비철금속 제품(81.1), 반도체(88.1) 등 전체 15개 중 8개 품목의 수출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최근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격화와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등의 여파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된 것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달러화에 대한 엔화 가치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국내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은 장중 한때 122.40엔을 기록하며 2015년 이후 최고치(엔화가치 하락)를 기록했다. 올 하반기까지 엔저 현상이 장기화하면 일본과 수출경합도가 높은 석유화학, 철강, 기계, 자동차 등의 업종이 ‘엔저 영향권’에 들 가능성이 거론된다.
■제조업 경기, 21개월 만에 최저
산업연구원은 국내 전문가 17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월 제조업 업황 ‘전문가 서베이 지수’(PSI)가 87로 나타났다고 27일 밝혔다. 지난 1월과 2월의 업황 PSI는 각각 94와 96으로, 석 달 만에 하락세로 전환한 것이다. 또한 이는 2020년 5월 이후 1년 9개월 만의 최저치 수준이라고 산업연구원은 설명했다.
PSI는 100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전달 대비 업황이 개선됐다는 의견이 많다는 의미다. 반대로 0에 근접할수록 악화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이다.
3월 조사를 보면 내수 PSI는 101로 2개월 연속 100을 웃돌았지만 전달(103)보다는 다소 줄었다. 수출 PSI는 100으로 3개월만에 하락했다. 생산(102)과 투자액(105)은 100을 웃돌았지만 3개월만에 동반 하락했고, 채산성(79) 역시 2020년 5월 이후 최저치로 하락했다.
업종별로 보면 3월 업황 현황 PSI는 반도체(91), 디스플레이(86), 전자(97), 자동차(74), 조선(96), 기계(81) 등 대다수 업종이 100을 밑돌았다.
4월 전망도 밝지 않은 편이다. 4월 업황 PSI는 92로 지난 1월 이후 다시 100을 밑돌았다. 전월 대비 기준으로도 4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송현수·황상욱 기자 songh@busan.com